1300년동안 ''규모 6.0이상의 지진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고 견뎌왔다''는 한국 건물

천년의 시간도 흔들지 못한 불국사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은 극심한 진동에 놀랐지만 정작 불국사는 단 한 장의 돌도 어긋나지 않았다. 철근도 콘크리트도 없던 신라 시대의 건축물이 현대의 강진을 견뎌냈다는 사실은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후 건축공학자들이 불국사를 직접 조사하면서 밝혀진 결과는 놀라웠다. “구조적 완벽함,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설계”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1300년 전 이미 과학과 철학이 결합된 살아 있는 기술의 교과서였던 셈이다.

돌 사이의 과학, 그랭이 공법의 비밀

불국사의 내진 비밀은 ‘그랭이 공법’이라 불리는 신라의 석조 축조기술에 있다. 이 공법은 거친 자연석 위에 인공적으로 다듬은 돌을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각 돌의 접합면이 마치 톱니처럼 서로 맞물리게 정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돌 사이를 시멘트처럼 강제로 고정하지 않고, 미세한 유격을 남긴다는 것이다. 이 유격은 외부 진동이 발생할 때 돌 전체가 일체로 흔들리기보다는, 각 층이 미묘하게 움직이며 충격 에너지를 흡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대 건축의 면진 베어링(Mechanical Bearing) 원리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구조로, 진동을 분산시켜 건물 전체의 변형과 붕괴를 막는다.

3D 스캔으로 드러난 ‘천년 면진 구조’

국내 연구진은 불국사 석단의 구조를 3D 광학 스캐닝 기술로 분석했다. 그 결과, 돌마다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고 접촉면이 일정한 간격으로 분산되어 있어 지진파가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 구조 해석 결과, 지진 발생 시 석단의 진동 파형이 ‘상하 진동’보다 ‘수평 분산’ 형태로 바뀌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현대식 빌딩의 내진 설계에서 사용하는 감쇠기(damper) 효과와 동일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신라인들은 돌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을 따라 흔들리게 함으로써 구조의 균형을 잡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기술과 자연의 물리법칙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자, 과학적 건축의 결정체다.

석공의 감각이 만든 신라의 ‘수학적 건축’

불국사는 정교한 계산 없이 감각적인 시공으로 완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수학적 원리를 따른 건축물이다. 기단 면적, 돌의 높이, 층간 간격 등이 황금비율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으며, 각각의 석재가 구조적 응력 분포를 균등하게 분담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특히 석가탑과 다보탑의 중심부는 가장 큰 지진 하중을 흡수하기 위해 미묘하게 비대칭으로 설계돼 있다. 세부 치수의 오차는 1mm 내외로, 오늘날 CNC 장비로 가공한 정밀도에 필적한다. 신라 장인들은 음양오행 사상을 기반으로 한 자연 순환의 철학을 구조물의 축조에 투영하여,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건축’을 완성했다.

현대 공학이 다시 배운 ‘고대의 과학’

불국사의 구조는 현대 공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현대 도시 건축에서도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탄성 구조나 감쇠 장치를 사용하는데, 불국사는 이미 동일한 원리를 1천 년 이상 앞서 구현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소에서는 불국사의 석조 구조를 모델로 한 전통형 면진모듈을 개발해 초고층 빌딩 내진 시스템에 적용 중이다. 이 모듈은 지하의 그랭이 구조처럼 전체 구조물 하부에 유연한 완충대를 설치해 진동 에너지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국내 기술진은 “신라의 건축철학이 현대 내진공학의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기술이 건축 안전의 세계 표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지혜를 이어가자

불국사의 1300년은 단순한 역사적 시간의 기록이 아니다. 철과 콘크리트가 아닌 돌과 지혜로 만든 건축물이 현대 과학으로도 완벽한 내진 구조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한국 건축문화가 단순한 예술을 넘어 고도의 과학적 사고 체계 위에 세워졌음을 증명한다. 신라인들의 건축은 자연의 힘을 이기려 하지 않고, 그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기술을 완성했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과 첨단 공학의 시대에 살지만, 여전히 자연 앞에서는 배우고 겸손해야 한다. 천년을 견뎌낸 불국사의 정신처럼,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기술과 지혜로 미래를 세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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