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is]② 정비사업 수주 '0건' 주택사업 재개는 언제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에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모회사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주거 브랜드를 사용해 주택사업을 하고 있다. 매년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현대건설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가 100억원대까지 불어났지만 지난해 전남 무안군 힐스테이트 하자 사태로 제동이 걸렸으며 올해는 정비사업을 단 1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를 표방하는 가운데 기업 이미지를 훼손한 주택사업이 딜레마에 빠졌을 것으로 진단된다.

현대엠코 흡수합병 이후 주택사업 '성장가도'

현대엔지니어링이 본격적으로 주택사업에 발을 들인 건 2014년 4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면서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로 오너일가인 정의선 회장(2013년 말 기준 지분율 25.06%)과 정몽구 명예회장(10%)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24.96%)와 기아자동차(19.99%), 현대모비스(19.99%) 등이 지분을 갖고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 직후 현대엠코의 '엠코타운' 브랜드는 폐기하고 모회사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주택사업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만큼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기보다 고급 이미지를 가진 힐스테이트를 사용해 대중성을 확보한다는 판단이 자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4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주택사업의 규모를 불렸고 합병 후 4년이 되기 전인 2018년 1월 현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로 48억원을 지급한다고 공시(당시 내부거래 50억원은 공시 의무)하며 주택사업의 성장을 알렸다. 브랜드 사용료를 보면 현대엔니어링의 주택사업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브랜드 사용료는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한 사업의 연도별 매출액(2018년 0.36%에서 2019년 0.40%로 인상된 뒤 현재까지 유지)을 산정한 금액에 광고선전비, 홍보관 운영비를 합산해 정해진다.

연간 브랜드 사용료 총거래금액은 △2018년 48억원 △2019년 53억원 △2020년 53억원 △2021년 57억원 △2022년 70억원 △2023년 108억원 △2024년 111억원 등이다. 다만 올해는 브랜드 사용료와 관련한 내부거래 공시가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주택사업이 축소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일정 금액 이상의 내부거래는 공시 의무가 있으며 기준 금액은 기존 50억원에서 2024년 1월 100억원으로 조정됐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주택사업 성장가도를 달려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사용료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이와 관련한 내부거래 공시가 확인되지 않으며 최소 100억원 미만의 사용료를 지급해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사업의 세가 기운 건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에서 힐스테이트 부실 사태가 발생한 이후다. 지난해 4월 사전점검에서 약 5만8000건의 하자가 접수돼 입주자들의 공분이 컸으며 힐스테이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사태 진화를 위해 홍현성 전 대표와 임원진이 현장을 찾아 개선을 약속하고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엔지니어링 집중 주택사업 운명은

현대엔지니어링은 화공플랜트를 비롯해 발전·에너지·산업플랜트·토목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전문 건설사로 최고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쌓아왔다. 다만 지난해 부실 사태로 인해 이미지가 손상된 상황이다. 브랜드를 공유한 현대건설에까지 훼손된 이미지가 전이됐을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주택사업이 딜레마에 빠졌을 것으로 진단된다.

연간 매출에서 건축·주택의 비중이 50~60%에 달하나 이는 건축을 합산했기 때문으로 주택사업만 따지면 10~20% 수준이다. 주택사업 매출이 대부분 포함될 건축·주택의 국내 매출은 2022년 3조2829억원에서 2023년 4조6096억원, 5조1355억원 등으로 성장했다. 건축·주택의 해외 매출은 2022년 9604억원에서 2023년 3조3427억원, 2024년 4조8397억원 등으로 급증했는데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을 수주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LNG 인수기지 분야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한 '쿠웨이트 알주르 LNG 터미널 프로젝트' /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현대차의 공장 확장 등으로 인한 캡티브 수주가 늘며 매출 외형이 보장된 가운데 주택사업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정비사업에서 1조5000억원 이상의 수주고를 달성했으나 올해는 반기가 가깝도록 1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주택사업 수주를 중단했음에도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34조8247억원서 1분기 말 33조9908억원으로 2.39%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계열사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캡티브 수주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신용평가업계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투자 확대에 따라 향후 꾸준한 계열 물량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지니어링 경쟁사인 삼성E&A는 주택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계열 물량과 해외 수주를 통해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해 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사업 수주를 일시 중단하고 사명 변경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한 리브랜딩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딜레마에 빠진 주택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엔지니어링에 집중할지 관심이 쏠린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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