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톡] 하반기 수장 뽑는 한국벤처투자 '설왕설래' [넘버스]

벤처캐피털(VC) 생태계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벤처투자가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대표 인선을 연내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이 모태펀드 출자금 증액과 VC업계와의 소통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11월 유웅환 전 대표가 사임한 뒤 10개월째 대표 자리가 빈 상태입니다. 사실 유 전 대표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의 임기는 3년으로 내년 9월까지였지만 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친 1년 2개월 만에 자진 사임했습니다.

대표 자리에 올랐을 당시 의욕적으로 여러 신사업을 추진한 유 전 대표가 이처럼 빠르게 사퇴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의 갈등 가능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번에 한국벤처투자 대표 후보에 올랐다고 알려진 인물은 변태섭 중기부 기획조정실장과 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정관계 인사입니다. 변 실장은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중기부에서 약 25년간 근무한 ‘정책통’으로 평가되는 인물로 최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선(20·21대) 의원 출신인 박 전 의원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 인사가 한국벤처투자를 이끌면 중기부와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의 VC업계 관계자들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이전까지 한국벤처투자 대표직은 주로 산업이나 벤처투자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맡아왔습니다. 유 전 대표의 경우 삼성전자 상무, 현대자동차연구소 이사, SK텔레콤 부사장(ESG혁신그룹장)을 거친 산업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이영민 전 대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서 시작해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코웰창업투자 등 여러 VC를 거친 인물입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더 많은 벤처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눈에 띄게 감소해 지난 2020년 1조원에서 지난해 31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올해는 소폭 증액됐지만 내년 예산은 2020년의 절반에 불과한 5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습니다. 따라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정부의 이러한 기조를 바꾸는 동시에 업계와의 소통을 이끌어낼 교량이 돼야 하는데, 정치권 인물이 과연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VC 관계자는 "내년 예산이 늘었다고 해도 과거 한참 출자를 많이 했을 때와 비교하면 원상복구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인물이 대표직에 올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VC 관계자 역시 "경제 전반이 어렵고, 특히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체들이 더욱 힘든 환경에서 투자재원을 호황기보다 더욱 더 확대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신임 대표이사가 오면 정부와 국회에 많히 어필해 관련 생태계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지는 상황을 피할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한국벤처투자가 조만간 인선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내 대표 선임을 마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9조원에 이르는 모태펀드를 이끌 수장은 누가 될까요. 아직 유력 후보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벤처투자 업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를 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