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견제구] '전체 1순위' 황준서의 벌크업, 이번엔 '진짜'여야만 한다
폰세-와이스 떠난 자리, 5점대 투수에게 기회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 전체 1순위의 더딘 성장통, "살 때문에 안 된다는 말 듣기 싫다"... 벌크업과 구종 추가로 배수진 친 3년 차의 독기
- 체력 이슈로 무너진 후반기 악몽, 5kg 증량으로 정면 돌파... 류현진-문동주 잇는 좌완 에이스 계보,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 단순했던 투 피치 패턴, 슬라이더 장착으로 승부수... 엄상백·정우주와 무한 경쟁, 유망주 껍질 깰 '골든타임' 놓치면 끝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건 합작 33승을 거둔 외국인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의 '미친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그 둘이 모두 사라졌다. 역대급 원투펀치가 증발한 자리에 남은 건 물음표뿐이다.

한화는 에르난데스와 화이트를 영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여전히 하위 선발진은 무주공산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프로 3년 차 황준서(21)가 "벌크업을 했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글쎄, 매년 겨울마다 들려오는 투수들의 단골 레퍼토리인 '벌크업' 타령을 우리는 언제까지 믿어줘야 할까.

'전체 1순위'라는 허상,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황준서는 2024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다. 화려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입단 순위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지난 2년간 그가 받아든 성적표를 보라. 데뷔 첫해 2승 8패 평균자책점 5.38, 지난 시즌 2승 8패 평균자책점 5.30.

마치 복사해서 붙여넣기라도 한 듯 제자리걸음이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1.2에서 0.6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팬들은 '유망주니까'라며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2년 연속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에게 3년 차에도 무조건적인 기대를 거는 건 기만이다.
후반기 체력 저하로 ERA가 8.72까지 치솟았던 지난 시즌의 악몽은 그가 아직 '1군 붙박이' 그릇이 아님을 증명했을 뿐이다.

5kg 증량? 체중계 숫자가 구속을 보장하지 않는다
황준서는 절치부심했다. 이지풍 코치의 지옥 훈련을 견디며 체중을 5kg 불렸다고 한다.
"살 때문에 안 된다는 소리 듣기 싫다"는 그의 각오는 가상하다.
하지만 야구는 보디빌딩 대회가 아니다.
몸집을 키운 것이 구위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몸이 무거워진 것에 불과하다.

프로 세계에서 "열심히 했다"는 과정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벌크업의 성패는 호주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에서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의 파열음이 달라졌느냐에 달려 있다.
묵직해진 몸만큼 공 끝도 묵직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살찐 5점대 투수'로 남을 뿐이다.
후배에게 배우는 자존심? 그게 사는 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선수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직구와 포크볼, 단조로운 '투 피치'로는 더 이상 프로 타자들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장착한 게 슬라이더다. 재밌는 건 그 슬라이더 그립을 1년 후배이자 경쟁자인 정우주에게 배웠다는 사실이다.

자존심 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황준서에게 자존심 따위가 중요한가?
150km를 우습게 던지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마당에, 배울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야 하는 게 지금 황준서의 처지다.
후배에게 고개를 숙여서라도 생존 기술을 습득하려는 그 자세만큼은 칭찬해 줄 만하다.

2026시즌, 황준서에겐 '벼랑 끝'이다
한화 마운드는 이제 정글이다. 류현진, 문동주, 엄상백에 아시아쿼터 왕예청, 그리고 괴물 신인 정우주까지 버티고 있다.
'전체 1순위 유망주'라는 달콤한 꼬리표는 유효기간이 끝났다.

황준서가 말한 대로 선발이든 불펜이든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에게 주어질 자리는 패전 처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벌크업도 좋고 구종 추가도 좋다. 하지만 팬들이 보고 싶은 건 훈련 과정의 땀방울이 아니라, 전광판에 찍히는 압도적인 숫자다.
한화가 2년 연속 대권에 도전하려면 황준서 같은 '아픈 손가락'이 '필승 카드'로 바뀌어야 한다.
황준서여, 부디 이번엔 '희망 고문'이 아니길 바란다. 증명하라. 마운드 위에서.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