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vs ‘신(新)보수’... 민주주의 국가의 급진적 ‘우경화’와 이념 논쟁 [김범수의 국제만상]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국가들 내에서 급진적인 우파 열풍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강경한 노선을 두고 ‘극우’(far right)라고 부르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급진 우파들은 스스로 극우를 부정하며 ‘대안우파’, ‘정체성주의’, ‘주권주의’ 등 다양한 표현으로 정체성을 나타내죠.

◆트럼프 행정부와 ‘대안우파’의 부상
지난 몇 년간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급격한 우경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때만 하더라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전통적인 보수주의를 추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2기 행정부에선 공화당의 전통적인 보수 정치인을 멀리하면서 상대적으로 젊고,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면서, 정치적올바름(PC)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대거 끌어들이며 강경 우파 노선으로 기울었습니다. 최근에 암살당한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가 대표적이죠.

미국의 대안우파는 자신들이 ‘극우’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지지 집단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정체성을 ‘상식적’(common sense)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강경 우파’ 정당이 말하는 이념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유럽연합(EU)의 주요 국가들도 급진적인 우익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반이민과 반세계주의를 내세운 자유당(FPO)이 사상 처음 제1당으로 부상했죠.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승리는 급격히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들 정당 역시 스스로를 ‘신보수주의’라고 칭하며 극우 논란과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입니다. 극우라는 이념이 가진 폭력성을 배격하고, 지지 저변을 확장하려는 이유라고 볼 수 있죠. 프랑스의 국민연합은 자신의 이념을 ‘애국적 국민주의’(national patriotism), ‘주권주의’(souverainisme)라고 내세웁니다. 독일의 AfD의 경우 ‘대안적 자유주의’(Alternative liberalism), 영국 개혁당은 ‘정체성주의’(identitarian)라고 표현하죠.
유럽의 급진적 우파 정당은 자신들이 법치와 민주주의 테두리 안의 합법 정당임을 주장하며 폭력과 극단주의와 거리를 둔다고 설명합니다. 이들 정당들은 자신을 극우라고 표현하는 언론이나 단체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불사할 정도로 강력하게 대응하죠. 또한 전통적인 극우와 달리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밈(meme) 정치’ 등 디지털 문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시키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우경화 현상을 두고 이들을 ‘극우’로 불러야 할지 새로운 보수주의라고 해야할 지 논쟁이 치열합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정치학자의 말을 인용해 ‘급진적 우파’(Radical Right)와 극우를 구분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마티스 루두인 교수는 “급진 우파 정당들은 본질적으로 반이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두 핵심 이념을 내세운다”며 “국가는 ‘원주민 집단’ 구성원으로만 이뤄져야 하고, 외부 집단은 국가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급진 우파의 근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루두인 박사는 “극우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행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며 필요할 경우 폭력도 불사하는 집단을 가리킨다”고 급진적 우파와 차이점을 뒀습니다.
페데리코 타데이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원도 “때로는 극우라는 말이 중도우파 바깥 모든 것을 ‘불순화’ 하려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무조건 ‘극우’로 통칭하는 것이 현상을 흐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진보 진영과 대다수 정치학자들은 이들 신보수 세력을 가리켜 ‘극우’라고 표현합니다. 표면적 표현이나 이미지 변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당의 핵심 이념과 정책노선이 민주주의에 본질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죠. 또한 강경 우파 세력이 배타적 민족주의와 인종 및 종교 편견 조장을 통해 증오심을 부추키는 등 20세기 파시즘과 닮았다고 우려합니다.
카스 무데 미국 조지아대 교수 “이들은 선거를 통해 집권을 노리고 의회 안팎에서 활동하지만, 소수자 권리를 부정하고 권력분립 등 자유민주주의 핵심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점에서 기존 보수와 구별된다”며 “실제로 급진 우파 정당들은 입법·사법부 등 견제기관을 약화시키고, 언론과 시민단체를 탄압하거나 장악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AP통신도 미국의 ‘대안우파’ 표현에 대해 “대안우파라는 용어를 인용할 때는 반드시 ‘인종차별·백인우월주의·포퓰리즘이 뒤섞인 백인민족주의 운동’이라는 정의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는 ‘대안우파’라는 용어가 자기 미화적인 표현이라고 보고 용어 뒤에 숨겨진 면모를 정확히 짚어줘야 한다는 저널리즘 원칙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정치도 비슷합니다. 일각에선 야당을 두고 ‘극우’ 이념 논쟁이 한창이죠.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같이 ‘반이민’ 정서는 약하지만 대신 ‘반중정서’가 있죠. 또한 반PC주의도 유사합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극우’라고 낙인을 찍고 무작정 비난하기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원인과 정체성은 무엇인지 차분하게 접근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필요해보입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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