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격 후려치자 판로 韓-日로 바꿔 [여의도 Pick!]

김나윤 2026. 4. 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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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에 막혀 ‘유일한 구매자’ 중국 눈치만 보던 러시아의 거대 알루미늄 생산기업 루살(Rusal)이 갑의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구매자들이 가격을 깎아달라고 할 때, 이제 루살은 '더 비싼 값을 쳐주는 일본으로 가겠다'며 당당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 기업 중 하나인 루살이 그동안 공들여왔던 중국 수출 물량을 줄이고, 대신 일본과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과거 서방의 제재로 인해 오직 중국 시장에만 매달려야 했던 러시아가, 이제는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틈타 더 높은 수익을 주는 시장을 공략하며 역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급격한 입장 역전의 원인은 중동발 공급 마비에 있습니다.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약 9%를 차지하는 중동 지역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의 주요 제련소 공격으로 수출길이 막힌 상태입니다.

중동 지역은 작년 약 700만 톤의 1차 알루미늄을 생산했고,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9%에 해당합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27%에 달했던 일본은 비상이 걸렸는데요.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구매자들은 이번 분기 알루미늄 수입을 위해 톤당 35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을 지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런던금속거래소(LME) 시세에 얹어 받는 이 '웃돈'이 급증하면서, 굳이 가격을 후려치려는 중국에 매달릴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동안 루살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중국 내 알루미늄 재고는 현재 수요 부진으로 인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가격 상승 폭도 국제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외신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구매자들은 "일본식 프리미엄이 반영된 비싼 가격에는 러시아산을 사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살은 단호합니다. 지금처럼 지역별 가격 차이가 뚜렷하다면, 더 높은 값을 쳐주는 일본과 한국 등으로 물량을 돌리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루살은 최근 한국 측 구매자들에 대한 판매량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아시아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알루미늄 프리미엄이 톤당 2500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유럽 또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600달러 선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을 외면하는 바람에 루살이 중국에 '헐값'에 물량을 넘겨야 했던 때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상황입니다. 이제는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러시아에 새로운 협상력을 쥐어준 셈입니다.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원자재가 어디로 흐르고 누가 그 값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김나윤 머니투데이방송 MTN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