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떠납니다” 인도인 3명이 韓회사서 30년 근속…MZ들에 남긴 말이 [떴다 상사맨]

김희수 기자(heat@mk.co.kr) 2024. 10. 19. 13: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희수 기자의 떴다 상사맨 17회]
돈 되는 비즈니스를 찾아라! 오지부터 마천루까지 세계를 휘젓다 사업 최전선을 달리는 종합상사 이야기
1994년 전화로 한국어를 배우는 존 고문(왼쪽)과 당기 고문의 모습. <현대코퍼레이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죠. 30년이면 사람을 바꾸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겠습니다. 그럼 한국 종합상사에서 30년을 보낸 외국인은 성향도 한국인과 비슷할까요.

지난 7일 현대코퍼레이션 소속 인도인 3명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평균 근속이 30년이 넘는 베테랑들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기도 합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이 직접 서울 성북구 소재 한식당에서 맞이했다는데요. 은퇴를 앞둔 이들의 그동안 헌신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고 하네요.

세 인도인은 이후 일주일간 제주도 등 한국 관광지를 만끽하고 다시 인도로 떠났습니다. 올해 기준 도합 근속 94년에 달하는 인도인 3명을 떴다 상사맨이 만나봤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내 운명
1995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계동사옥 앞에서 당기 고문(오른쪽 네번째) 등 현대종합상사 해외 직원 연수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현대코퍼레이션은 시골 소년이었던 나를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로 만들었습니다. 정말로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꼬박 30년을 현대코퍼레이션에서 보낸 당기 고문의 말입니다. 그는 “북인도 히말라야 산맥의 외딴 마을에서 자랐습니다”라며 “더 좋은 교육과 취업 기회를 찾기 위해 뉴델리로 이사했고, 독학을 통해 명망 있는 현대그룹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기 고문은 철강 파이프 영업이 주 업무였는데 현대제철의 미국 진출에도 기여했다고 합니다.

한국 회사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묻자 발표 및 보고였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한국의 보고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합니다”라며 “처음에는 잦은 발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고 극복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젊은 친구들에게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되 인생은 여유롭게 살아가기를 권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직장에서의 최선과 인생에서의 여유를 함께 잡으라는 말은 결국 마음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듯하네요.

“현대정신에 반했다”…스카웃도 거절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한식당에서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오른쪽 네번째)과 인도인 초청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세 인도인 중 가장 경력이 긴 인물은 존 고문입니다. 1986년 입사해 지난해까지 HD현대(옛 현대중공업)경력을 빼고 현대코퍼레이션만 36년을 다녔습니다. 존 고문은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현대정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근무기간동안 한국 본사 및 다른 나라의 동료들과 굳건한 관계를 맺었습니다”라며 “무엇보다도 현대정신을 체득할 수 있었던 게 가장 보람찹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존 고문은 현대정신에 대해 “열심히 일하고 헌신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버릇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의 도전정신이 인도인에게도 이식된 셈입니다.

현대정신에 반한 것은 존 고문뿐만이 아닙니다. 당기 고문 역시 “현대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마치 결혼과도 같았습니다”라며 “한국인의 사고방식·행동·업무윤리를 존 고문을 통해 교육받았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쟁사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제안받았지만 회사에 대한 헌신이 더 중요했기에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도전은 계속된다
서울 종로구 현대코퍼레이션 사옥에서 당기·존·마두팔 고문 내외(왼쪽부터)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셋 중 유일하게 아직 은퇴가 남은 사람이 있습니다. 1995년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 헬름에서 현대코퍼레이션으로 이직한 마두팔 고문입니다. 내년까지 고문 계약이 남아있는데요. 지난 29년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특히 도전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마두팔 고문은 “현대코퍼레이션의 일은 천성적으로 도전적이었습니다”라며 “종합상사로서 공급자와 구매자 간 중개 역할을 하므로 시장 침체, 선적 지연, 품질 불만 및 클레임 해결 등 매번 시련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지만 회사와 구매자 모두에게 손실을 입히지 않고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항상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이었다고 자부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이는 발언인데요. 현대코퍼레이션에서 비즈니스 전문가로 거듭난 이들은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당기 고문은 “60세의 정년에 도달했지만, 스스로 은퇴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열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배움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경제적 제약으로 필요한 자원을 갖추지 못한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당기 고문은 장학금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목표는 10만명의 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으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지요. 현대코퍼레이션의 세 인도인처럼 국내 기업의 현지 고용인은 확대될 전망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 종합상사의 이익을 위해 오늘도 땀 흘리고 있을 그들을 응원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