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절차 중대 위반”…‘먹튀’ 론스타와 13년 분쟁 끝내

배지현 기자 2025. 11. 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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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중재판정에 제기한 취소 신청 사건에 승소하면서 약 4천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이 모두 소멸됐다.

약 6조8000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이었지만 10년 간의 심리 끝에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론스타 주장의 일부 인정해 청구 금액의 4.6%인 2억1650만달러(4천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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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중재판정에 제기한 취소 신청 사건에 승소하면서 약 4천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이 모두 소멸됐다. 론스타가 ‘먹튀 논란’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2012년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이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악연은 22년 전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던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1조3834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은행법에선 산업자본의 국내 은행 인수를 금지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시행령의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이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05년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관료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으며, 금융 당국자들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로, 론스타 코리아 대표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철수하려 했지만 정부는 ‘헐값 매각’ 의혹 관련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재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에야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할 수 있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늑장 매각 승인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46억7950만달러의 국제투자분쟁을 제기했다. 약 6조8000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이었지만 10년 간의 심리 끝에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론스타 주장의 일부 인정해 청구 금액의 4.6%인 2억1650만달러(4천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한국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정에 “수용하기 어렵다”며 판정 취소를 신청했고, 론스타도 배상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취소를 신청했다. 국제중재재판은 단심제이지만 취소 소송은 가능하다. 결국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취소위원회는 3년 만에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 약 73억원도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30일 안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한다.

120쪽 분량의 결정문을 상세 분석 중인 법무부는 중재 절차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 위반이 인정됐다고 보고 있다. 정홍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단 점이 취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했다.

론스타에 손해배상금 일부를 지급하라는 판정이 나왔던 윤석열 정부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3년 9월 판정부의 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 등 세 가지 이유로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협약을 보면, 해당 사유를 포함해 중재판정부 구성 흠결 등을 취소 사유로 명시한다. 특히 전부 취소 결정 자체가 드물어 원래 판정의 근본적인 하자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정 국장은 “지난 1월 런던에서 3일 동안의 구술 심리가 있었다”며 “심리 과정에서 취소위원들이 적법 절차 위반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하신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중재판정의 효력은 상실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런던에서 구술 심리가 있었던) 올해 1월, 대통령, 법무부 장관이 부재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법무부의 국제법무국장을 비롯한 담당국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재판관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단, 법무부는 론스타가 이번 취소소송에 불복해 별도의 중재절차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론스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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