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했죠? 루이비통 나와 만들었습니다. 진짜 선풍기 달린 우산"

아크힐 홍원영 대표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아크힐 홍원영 대표. 아크힐은 스포츠용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더비비드

“상상이 현실이 되네요?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는데 놀라워요.”

우산에서 바람이 나오는 일명 ‘선풍기 우산’을 써본 사람의 탄성이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사람, 아크힐의 홍원영 대표(38)를 만나 제품 개발기를 들었다.

◇ 착실한 직장인에서 1인 기업가로

선수용 탁구공과 29인치 선풍기 우산을 개발했다. /(왼쪽부터)홍원영 대표 제공, 더비비드

2023년 7년 설립한 아크힐은 스포츠용품 제조·개발사다. 주요 제품은 탁구공과 선풍기 우산이다.

탁구공은 선수용으로 만들었다. 국제탁구연맹(ITTF)과 대한탁구협회(KTTF)에서 인증한 규격으로 만들어 완벽한 구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아크힐의 탁구공을 쓴다.

아크힐 우산은 일반 우산에 선풍기를 추가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머리 바로 위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비 오는 여름날 선풍기가 따로 필요 없다. 자외선도 차단한다. 섬유를 이용한 자외선 차단 효과는 UPF라는 단위로 나타내는데, 아크힐 우산은 UPF 50+ 등급이다. 이 우산을 쓰면 자외선 99.9%를 막는다는 뜻이다. 현재 온라인몰(www.metashop.co.kr)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2013년 루이비통 코리아를 시작으로 8년간 패션업계에서 일했다. /더비비드

홍 대표는 8년간 패션업계에서 일했다. 2013년 숭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루이비통 코리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상품 품질을 관리하고 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을 했다. 이후 지센스포츠, 루이스클럽 등 패션업계에서 MD로 일했다. 상품의 기획부터 생산·구매까지 제품 판매의 모든 과정을 총괄했다.

착실한 직장인이었지만,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한계를 느꼈다. 2018년 첫 창업을 시작으로, 2023년 창업한 아크힐까지 총 세 번 창업했다. 처음엔 한국 인기 제품을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팔았다. 이후엔 친환경 제품의 유행을 감지하고 스테인리스 빨대, 발포 세척제, 종이테이프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아크힐을 창업한 이유는 스포츠용품을 만들고 싶어서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어요. 대학생 때도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운동 동아리에서 활동했고요.”

우연히 만난 탁구 선수 말이 세 번째 창업의 불씨를 당겼다. “국가대표 선수가 쓸만한 탁구공이 국내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선수에게 한국 상표 제품을 쓰게 하고 싶었습니다. 알아보니 탁구뿐 아니라, 여러 구기 종목의 ‘공’이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었어요. 국내 스포츠 선수들을 도우면서 사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 완벽한 탁구공 + 바람 부는 초대형 선풍기 개발노트

1. 제품 기획 단계에서 수익성을 고려하라 (제품 기획·설계: 2023년 1월~)

2023년 7월 탁구공을 출시했다. /더비비드

홍 대표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수출도 염두에 뒀다. 탁구공은 크기가 작아 물류비용이 적다. 해외 수출에 유리하다는 소리다. “실제로 제가 아마존에서 탁구공을 팔았거든요. 수익성이 좋았어요. 제가 직접 만들어 팔면 유통경로가 짧아지니 단가는 낮추면서, 제가 가져가는 이익이 더 많을 거라 생각했죠.”

2. 업계 강국을 찾아라

생산 제조는 탁구 강국인 중국 공장에서 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제조한 탁구공은 20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경기에도 사용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탁구는 중국의 국민 스포츠예요. 선수가 아닌 사람도 일상에서 탁구를 즐기죠. 탁구공 수요가 많으니 제품이 다양해요. 제가 탁구공을 잘 모르다 보니, 탁구공을 제일 잘 알고 잘 만드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중국 생산공장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홍 대표는 중국 현지 사람을 고용해서, 제품 검수를 맡겼다. “중국 공장의 검수 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았습니다. 의사소통만 고려한 게 아니라, 탁구공 생산이나 제품 제조 과정을 잘 아는 현지 직원을 찾은 것이죠.”

3. 국내외의 인증을 획득하라

탁구공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홍원영 대표 제공

탁구공은 완벽한 ‘구(球)’에 가까울수록 품질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눈으로 봐선 모두 같은 탁구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모양이 다르다. 새끼손톱만 한 오차에도, 탁구공이 제멋대로 날아가기 때문에 규격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거 없이 ‘완벽한 탁구공’이라 주장만 해선 안 된다. 홍 대표는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탁구연맹(ITTF)과 대한탁구협회(KTTF)의 인증을 받았다. “탁구공은 반원과 반원을 만들고 둘을 접합해 원형으로 만들어요. 원형에서 0.1mm 벗어난다면 ITTF의 규격을 충족한 것인데요. 오차가 0.2mm가 되면 규격을 벗어나죠. 보통 사람은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선수가 사용하면 회전력이나 탄성력 차이를 느낍니다. 이밖에 무게나 크기 등의 여러 기준이 있는데, 이를 모두 충족한 탁구공을 만들었습니다.”

4. 제품을 사용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라

인제군에서 열린 전국초등학교 탁구대회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홍원영 대표 제공

2023년 7월 탁구공을 출시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대한탁구협회, 지자체 등 기관에 납품했다. 처음부터 여러 기관에 제품을 팔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탁구와 연이 없던 홍 대표는 지인에게 물어물어 탁구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초·중·고 탁구부 감독을 수소문했다. 개발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만든 시제품을 들고 무작정 찾아갔다.

첫 후기는 처참했다. “‘경기에 사용할 수 없다’, ‘공이 짱구 얼굴 같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자존심이 무척 상했죠.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처음부터 프로가 사용할 탁구공을 목표로 했으니까요. 그렇게 완벽한 탁구공을 만들 때까지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10번은 더 수정했을 거예요.”

5. 후속 제품 출시는 신속하게

선풍기 우산. 말 그대로 우산에 모터가 달려 있어서 바람이 나온다. /홍원영 대표 제공

6월에는 두 번째 제품인 선풍기 우산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우산과 선풍기를 합친 제품이다. 우산 살대 안에 바람을 일으키는 모터가 달려 있다. 장마철의 습기나 열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우산 둘레가 29인치로 크기가 크고 살대가 단단하다.

원래 골프공을 만들려다 우산으로 경로를 틀었다. 후속 제품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골프공은 탁구공과 달리 국산 제품이 많았어요. 경쟁사 분석하고 연구하려면 최소 반년은 예상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품 출시까지 1년이 넘게 걸려요. 스포츠용품 회사로서 구색을 갖추려면 다양한 제품을 빨리 갖춰야 했어요. 골프공 출시 전에 빠르게 제작해서 팔 수 있는 제품을 찾다가 ‘골프 우산’이 눈에 들어왔죠.”

기존 골프 우산의 단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뙤약볕에서 쓰는 우산이잖아요. 햇볕은 막지만, 더위나 습기까지 없애주진 못해요. ‘우산에서 바람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죠.”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6. 나만의 소구점을 찾아라

우산 손잡이 뚜껑을 열면 배터리가 있다. 이 배터리만 꺼내서 충전해 사용한다. /더비비드

선풍기 우산은 아예 없던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빛을 보기도 전에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기존 제품은 사용성을 헤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찾아보니 몇 개 있긴 했지만, 점차 없어지던 추세였어요. 충전 방식이 제일 불편했습니다. 우산 전체를 충전 선과 연결해야 하는데, 비 묻는 우산을 충전하기 불편하잖아요.”

배터리만 분리해 충전한 다음 우산에 장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를 위해 우산 손잡이 속에 배터리를 넣었다. “손잡이 뚜껑을 열어서 배터리만 꺼내 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 배터리를 보조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범용성을 높였죠.” 현재 온라인몰(www.metashop.co.kr)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 국가 대표가 사용하는 국가 대표 브랜드를 꿈꾸며

국가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다. /더비비드

2024년 5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구기종목의 공을 만들 예정이에요. 탁구공처럼 국내외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겠죠. 국가 대표가 믿고 사용하는 국가 대표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예비 창업자에게 창업 전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결심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2년 정도 창업을 준비했어요. 바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어요. 퇴근하고 공방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거나 서비스업에서 일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았습니다. 창업에 대한 열정이 강하더라도 바로 퇴사하지 말고 자신의 분야를 확실히 찾은 다음 사업을 시작하세요. 그래야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홍원영 아크힐 대표 주요 경력>
-1986년생, 2013년 숭실대 경영학과 졸업
-2018년 디앤지트레이딩 창업
-2019년 에코앤드 창업
-2023년 아크힐 창업
-2023년 7월 아크힐 탁구공 출시
-2023년 국제탁구연맹(ITTF) 규정승인 완료
-2024년 6월 아크힐 선풍기 우산 출시, KC인증과 전파인증 완료
-2024년 대한탁구협회(KTTF) 공식인증 완료

/이연주 에디터, 주서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