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스타 한 명 없이 419만 관객을 울린 영화가 있다. 도시 아이와 말 못 하는 산골 외할머니가 함께 보낸 여름 한 달의 기록,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이야기다.
일곱 살 상우, 산골에 맡겨지다

엄마의 사정으로 외할머니 집에 맡겨진 일곱 살 상우. 게임기와 롤러블레이드에 익숙한 도시 아이에게 전기도 수도도 없는 산골은 낯설기만 하다. 상우는 말도 못 하고 글도 모르는 할머니에게 심통을 부리지만, 할머니는 그저 가슴에 손을 얹어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할 뿐이다.
'켄터키 치킨'과 삶은 닭 한 마리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단연 치킨 소동이다. 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다는 손자의 말에, 할머니는 빗속을 뚫고 장에 나가 닭을 사 와 정성껏 물에 삶아 내놓는다. "물에 빠뜨렸잖아!" 하며 울던 상우가 배가 고파 결국 삶은 닭을 먹는 장면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긴다.
진짜 할머니가 연기한 할머니

할머니를 연기한 김을분 할머니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실제 산골 주민이었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서 본 노배우의 주름진 손과 굽은 등이 어떤 연기보다 진한 진심을 전했고, 관객들은 저마다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극장에서 눈물을 쏟았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의 데뷔작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419만, 그리고 재개봉

작은 영화라는 예상을 깨고 '집으로...'는 419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2019년에는 '보고십다 우리 할머니'라는 삐뚤빼뚤한 손글씨 포스터와 함께 재개봉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울렸다.
전할 수 없어서 더 애틋한 마음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랑은 전해진다. '집으로...'가 20년 넘게 회자되는 이유는 그 단순한 진심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날, 조용히 꺼내 보기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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