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상품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 중에 ‘러버 스트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재질의 납작한 고무판으로 되어 있고, 앞면에 캐릭터가 귀여운 사이즈로 그려져 있다는 특징이 있죠.
‘검과 마법과 학원 퀘스트’의 캐릭터가 바로 이 러버 스트랩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매우 귀엽고 움직임도 마치 사람이 손으로 들고 움직이는 듯하죠. 그런 귀엽고 조그만 캐릭터들이 (마찬가지로 귀여운) 적을 만나면 들고 있는 자그마한 무기를 뽀짝뽀짝 휘두르는 걸 보는 것도 꽤 즐거운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 플레이 방식은, 주인공인 알렉의 일정 범위 내에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공격 범위 내에 적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공격을 실행하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렉은 공격은 하지 않지만 마법으로 보조를 해 주고 소환된 캐릭터들을 몬스터 주변으로 데려가는 역할을 합니다.
알렉은 일정 코스트(MP)를 가지고 있는데, 이 코스트는 캐릭터를 소환할 때도 쓰고 알렉 및 캐릭터들의 레벨 업을 할 때도, 마법을 쓸 때도 사용합니다. 알렉의 레벨을 올려 최대 코스트와 소환 횟수를 올릴 지, 캐릭터들의 레벨을 올려 강한 공격을 할 지, 마법으로 보조나 범위 공격을 할 지 판단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몬스터가 범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동도 자주 해야 하죠.

초반에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소환하면 금방 스테이지가 끝나서 다소 쉬운 게임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 게임의 진가는 보스전에서 드러났습니다. 보스는 일반 공력도 강력하지만 간혹 범위 공격을 시전하는데, 그 범위 안에 소환한 캐릭터가 있으면 애들을 빨리 범위 바깥으로 끌어내 줘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보스를 공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캐릭터들의 공격 범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치해줘야 하죠.
또한 캐릭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코스트를 사용해 소환할 수 있지만 알렉이 당하면 스테이지 실패이기 때문에 알렉이 공격당하지 않도록 계속 도망쳐줘야 합니다.보스 전투를 끝내고 나니 ‘검과 마법과 학원 퀘스트’라는 게임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체험판도 보스전까지 제공하는 듯 하네요.
스토리에서는 알렉과 알렉의 소꿉친구 시트린, 보조를 위한 라줄리 셋이 모험을 떠납니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고 미궁화 되어버린 대륙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모험을 떠나죠. 밝고 쾌활한 시트린은 스토리의 분위기를 띄워주고, 라줄리는 이런 시트린과 알렉을 귀여워하며 응원하는 훈훈한 파티입니다.
그런데 사실 시트린과 라줄리 두 사람은 전투원이 아닙니다. 파티원은 게임의 거점이 되는 학원에서 모집하는데, 종족 별로 직업은 정해져 있지만 내 파티에 넣을 캐릭터의 이름, 성별은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성격은 랜덤으로 부여되는데 그런 성격의 캐릭터가 내 파티에 있다고 생각하면 단순한 파티원이 아니라 조금 더 개성있는 동료로 느껴지게 되죠.


나름 전략적이고 귀여운 게임이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 이상의 즐거움이 없는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 스토리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가지고 있으며 개성적으로 맞출 수 있는 동료 캐릭터들도 사실 그 이상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같은 외형의 캐릭터들이 훨씬 더 개성적이고 말이 많아서, 그 친구들이 알렉을 도와준다기보다는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 다니는 느낌이 강하죠.
한 번의 전투를 끝내고 나면 어느 정도의 달성감은 있지만, 꽤 많은 스테이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크게 다른 룰이나 색다른 시도가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습니다. 다음 스테이지를 위해서는 레벨과 장비를 위해 필수로 이전 스테이지를 반복 클리어해야 하는데, 이런 반복 작업을 하러 갈 때 마다 스토리가 다시 재생되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은 편입니다.


‘검과 마법과 학원 퀘스트’는 주역들의 캐릭터성도 괜찮고, 스토리는 물론 전투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나름 듣는 맛도 있는 ‘소소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가볍게 머리를 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