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지난 2월 26일 새벽 광주 금남로 골목에서 한 경찰관이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지고 있는 모습이다.경찰관은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실탄이 든 총기를 사용했고. 총에 맞은 남성은 결국 사망했다.

인터넷상에서는 경찰관의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사상자가 나온 만큼 경찰관의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여럿 보인다.

한국 경찰관이 실제로 실탄이 장착된 총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메뉴얼 자체가 까다로운데다 만약 범죄자가 사망하고, 유족이 민사소송을 걸 경우 경찰관 혼자서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에도 총을 쐈다는 건 말 그대로 위급상황이었다는 뜻일텐데, 유튜브 댓글로 ‘한국 경찰은 어떤 상황에서 실탄을 사용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실탄 사용 건수 확인을 위해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넣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답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청을 관할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인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추가 요청한 끝에 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경찰이 사람이나 사람이 탄 차량을 향해 실탄을 사용한 건수는 총 4건이었다. 4건 모두 지난해 4월 벌어졌다. 우선 4월 17일 대전에선 방 안에서 식칼 3자루를 두르며 상대방을 위협하던 피의자를 향해 경찰이 실탄을 사용했다. 이틀 뒤인 19일에는 광주에서 경찰관 4명에게 톱을 휘두른 피의자에게 경찰이 총을 쐈다.

지난해 4월 25일엔 서울 구로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길거리에서 칼을 휘두르던 피의자를 향해 경찰이 4회 가량 투항을 명령했지만, 불복했다. 결국 경찰은 실탄을 쏴서 그를 검거했다. 4월 28일에는 광주에서 경찰이 신호위반 차량을 발견했다. 곧바로 따라붙었는데, 해당 차량은 다른 차량을 향해 위협운전을 했고 하차 지시에 불응했다. 결국 경찰은 차량 타이어에 실탄을 발사했다.

현재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최근 3년치의 물리력 사용 내용을 보관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경찰의 실탄 사용 건수는 각각 3건이었다. 타고 있던 차량이나 트랙터, 들고 있던 흉기를 이용해 출동한 경찰관을 위협하거나 공격했던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경찰의 실탄 발사 사례는 매년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관 숫자는 약 13만명이다. 2023년 살인과 강도, 성폭력과 방화 등 강력범죄는 전국에서 총 7만5000건 발생했다. 위험한 총을 아무에게나 쏘면 절대 안 되고, 최대한 조심은 해야겠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악범죄 건수에 비해 너무 실탄 발사 사례가 적은 건 맞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경찰관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총을 잘못 쐈다가 내부 징계를 받거나, 민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공권력의 형식과 공권력의 실체가 너무 괴리가 큰 모습으로 총을 소지만 하고 총을 차고 다니면 의미가 없잖아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러한 법적 지원과 제도가 국가가, 정부가 해줘야 하는데 그건 발을 빼고 있는 거죠. 현장에서 판단을 우선시 삼는 그런 법적 사후 평가가 아니고 사무실 안에서 법조인들이 안이하게 사후책임을 기준을 삼다보니까 겁을 먹은 경찰이라 비난을 받더라도 그렇게 하는게 본인의 이익이다."

경찰청은 피의자나 범죄자의 행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나누고‘치명적 공격’에 해당할 때만 경찰의 총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경찰관의 생명을 빼앗을 각오로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범죄자에게만 총을 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도 경찰은 공포탄 또는 실탄으로 경고사격을 먼저 하고, 가급적 범죄자의 하반신을 겨냥해야 한다. 그런데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이런 메뉴얼에 맞춰 총을 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그러니 사후 처벌을 우려해 아예 총을 쓰지 않는 경찰이 많은 것이다.

지난해 4건의 실탄을 발사했던 경찰관들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경찰청 확인 결과 다행히 모두 정당방위로 인정돼 내부 징계 등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다만 피의자나 그 가족의 손해 배상 청구 여부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청은 경찰관의 부담감을 해소할 해법으로 저위험 권총을 내세우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위험 탄두를 사용해 38구경 리볼버 권총과 비교해 낮은 살상능력을 가진 권총을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이를 통해 경찰관이 위급 상황시 주저하지 않고 권총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저위험 권총을 쏴도 피의자나 범죄자가 부상을 입을 수 있고, 경찰관이 민사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관이 민사 소송을 당할 경우, 정부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부터 경찰 내 사내 변호사 역할을 맡는 경찰 송무관 제도가 도입됐지만,2019년 기준 전국에 배치된 송무관은 20여명에 그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저위험권총) 자체가 신체 중요부위에 맞게 되면 (기존 권총과) 똑같은 민사적 송사에 들어가는건 마찬가지니까. 해결책은 송무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나홀로 소송을 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 같아요."

나날이 세상은 흉흉해지는데, 경찰이 범죄 예방과 범죄자 제압을 위한 무기 사용을 두고 고민에 빠지는 순간 본인과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총을 막 쏘라는 게 아니고, 정말 필요한 상황에는 뒷일은 생각하지 말고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보완 조치가 이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