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G90 ‘패스트백 쿠페’ K9 풀체인지, 반전 컨셉 미쳤다

기아 K9이 제네시스 G90과 정면승부를 걸고 나선다. 2026년 출시 예정인 3세대 K9 풀체인지 모델이 패스트백 스타일과 하이브리드 전동화로 무장, 기존 전통적인 플래그십 세단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 K9 3세대 풀체인지 예상 렌더링

한때 단종설까지 돌았던 K9이 어떻게 국내 럭셔리 세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까. 기아가 선택한 전략은 ‘차별화’였다. 제네시스 G90이 추구하는 정통 럭셔리 세단의 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방향타를 꺾은 것이다.

단종 위기에서 혁신 아이콘으로의 대반전

K9의 단종설은 판매 부진과 제네시스 브랜드와의 내부 경쟁이 겹치며 불거졌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K9의 월 판매량은 100대 내외에 그치며 존재감이 희미했다. 하지만 기아는 공식적으로 단종을 언급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내부에서는 “플래그십 세단을 버리면 기술 개발의 상징이 사라진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실제로 K9은 기아 기술력의 시험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초기 모델부터 국내 최초로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반자율주행 기능을 결합했고, 정숙성과 승차감에서는 수입 대형 세단에 밀리지 않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기존 오너들 사이에서는 “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응답성이 아쉽다”는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기아 K9 풀체인지 패스트백 디자인 예상도

이번 3세대 K9은 그 한계를 정면으로 보완한다. 새로 도입될 3.5리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속 구간에서 전기모터가 즉각적으로 개입해 가속 지연을 줄이고,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이 자연스럽게 동력을 이어받는 구조다. 기존 오너들이 느꼈던 ‘묵직하지만 둔한’ 주행 감각이 얼마나 달라질지가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패스트백 실루엣과 테크 럭셔리의 완벽한 결합

신형 K9의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이다. EV9에서 시작된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디자인 언어를 세단 형태로 발전시켜, 각진 SUV의 직선미가 K9에서는 유려한 곡선과 만나 새로운 균형을 이룬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이를 ‘조형미와 공기역학의 접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채택이다. 기존 K9의 전통적인 3박스 세단 형태에서 벗어나, 루프라인이 매끄럽게 트렁크로 이어지는 쿠페형 실루엣을 택했다. 이는 G90이 고수하는 정통 세단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으로, 젊은 고객층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EV9의 각진 형태가 기술을 드러내는 조형이라면, K9은 기술을 숨긴 디자인”이라며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는 세련된 전면부 속에 센서와 조명 기술을 통합해, 감성보다는 기능으로 럭셔리를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현행 기아 K9

실내는 OLED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OTA(무선 업데이트) 시스템이 중심이 된다. 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차량이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제품’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핵심 장치다. 특히 OTA는 K9이 제네시스보다 더 오랜 기간 최신 기술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하이브리드로 G90과 다른 길 선택

차세대 K9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3.3리터 터보와 3.8리터 자연흡기 엔진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나, 차세대 K9은 고성능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라인업에 추가할 전망이다.

핵심은 3.5리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터보차저와 전기모터를 조합해 총 35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면서도, 연비는 15km/L 이상을 목표로 한다. 특히 저속 구간에서의 전기모터 개입으로 기존 자연흡기 엔진의 아쉬웠던 초기 가속 응답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행 감각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고속도로의 미세한 요철을 흡수하며, 능동형 소음 제어 시스템이 실내로 유입되는 저주파 진동을 걸러낸다. 기존 K9의 정숙성이 ‘고요함’이었다면, 이번에는 ‘무중력감’에 가까운 주행 질감을 노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고급 세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30% 이상 증가했다. 기아가 K9의 하이브리드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택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아 K9 풀체인지 실내 예상도
젊은 테크세대 겨냥한 차별화 전략

K9의 목표 고객층은 제네시스 G90의 중후한 고객군보다 한층 젊은 ‘테크 세대’다. 30~40대 영리치(Young Rich)를 중심으로, 기술을 곧 품격으로 인식하는 소비층을 겨냥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럭셔리보다는 혁신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최근 럭셔리 세단 구매 고객 분석을 보면, 50대 이상이 주류였던 과거와 달리 40대 이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브랜드 헤리티지보다는 첨단 기술과 독특한 디자인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아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K9을 단순한 플래그십 세단이 아닌 ‘테크 럭셔리’의 상징으로 포지셔닝할 계획이다.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생체인식 시동 시스템 등 미래형 기술들이 대거 탑재될 예정이다.

G90과의 차별화된 경쟁 구도

제네시스 G90이 정통 럭셔리 세단의 왕도를 걷는 반면, K9은 혁신과 기술로 차별화를 추구한다. G90이 Mercedes-Benz S-Class나 BMW 7 Series와 같은 전통적인 플래그십 세단들과 경쟁한다면, K9은 Tesla Model S나 Lucid Air 같은 테크 럭셔리 세단들과 견줄 수 있는 포지셔닝을 노린다.

가격 구간도 차별화된다. G90이 8천만 원대부터 1억 2천만 원까지의 프리미엄 구간을 담당한다면, K9은 7천만 원 후반에서 1억 원 초중반의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K9은 2026년 중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작 가격은 7천5백만 원 내외가 유력하다. 최상위 트림은 1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풀옵션 G90 대비 2천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아 K9 풀체인지 사이드 뷰
SUV 전성시대에 맞선 세단의 마지막 자존심

SUV가 지배하는 현재 시장에서 대형 세단의 존재 의미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기아는 여전히 세단이 가진 고유한 매력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K9의 패스트백 스타일 채택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세단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도 쿠페의 스포티한 감성을 더해,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K9의 이런 시도가 성공할 경우, 국내 세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테슬라 모델 S처럼 전기차가 아니면서도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세단이 나온다면, 기존 세단 고객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종설에서 시작된 K9의 이번 복귀가 일시적 생명 연장이 될지, 아니면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을지는 이제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아가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상징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혁신적인 방향으로 진화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2026년 출시될 3세대 K9이 과연 제네시스 G90과 어떤 경쟁을 펼칠지, 그리고 침체된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