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돈 안된다’…해외·로봇으로 재도약 노리는 제우스[소부장 슈퍼을]

우리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전방기업과 협력하며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다면 소부장도 슈퍼을로 군림하는 네덜란드 ASML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미래 슈퍼을을 모색하는 소부장 기업을 소개합니다.

제우스 사옥 (사진=홈페이지 캡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제우스가 해외 시장 및 로봇 사업 공략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실적 성장세가 꺾인 제우스는 사업 영역을 확대해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우스는 반도체 세정 장비 및 열처리 장비 기술을 해외로 공급하는 한편, 로봇 사업 비중을 확대해 전환점을 찾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매출 감소에…영업이익 87% 줄어

제우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매엽식 웨이퍼(싱글 웨이퍼) 세정장비, 디스플레이 열 장비 등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다. 현재 제우스는 산업용 로봇 등 신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 주력 사업인 반도체 제조 장비 사업 비중이 가장 크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제조사와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으로 이뤄져 있다.

탄탄한 업력을 토대로 2022년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던 제우스는 2023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 실적이 다소 꺾인 상태다. 제우스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935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53%, 87.17% 감소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제우스의 2023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우스는 3분기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매출 71.28%(2092억원)을 냈으며 산업용 로봇 및 진공 사업에서 595억원(20.27%),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서는 108억원(3.69%)을 각각 기록했다. 이 중 디스플레이 매출은 2022년 3분기 대비 80.87% 감소했다.

로봇 신시장 개척 ‘눈길’…피자 만드는 로봇도

이에 제우스는 해외 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로봇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제우스는 2009년 일본 반도체 세정장비 업체인 에스이에스(현재 제이이티)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대만과 중국에서의 입지를 넓혔다. 현재 제우스는 경쟁사인 일본 TEL(도쿄일렉트론)와 함께 중국 반도체 세정장비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우스 또한 반도체 장비 매출 확대를 점치고 있다. 제우스는 미국 등 신시장 개척으로 반도체 공정 세정장비 등의 판매량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또 제우스는 로봇 사업을 새 먹거리로 보고, 매년 비중을 높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반송용 로봇을 수입해 사업을 전개하던 제우스는 2019년 산업용 로봇 ‘제로(ZERO)’를 선보이며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제우스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기존의 고객사들과 손잡고 다른 기업이 발주한 산업용 로봇 공급 계약을 따내며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팩토리나 F&B(외식) 분야로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우스는 2023년 9월 외식기업인 고피자와 서비스로봇 개발 협력을 맺고, 매장 내 피자 제조가 가능한 로봇 개발에 나선 상태다.

강점은 ‘현금 곳간’…무상증자도 단행

회사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실적이 다소 부진해졌는데도 현금 곳간은 탄탄하다는 것이다. 제우스의 현금성자산은 2019년 576억원에서 2022년 934억원으로 매년 불어났고, 2023년 3분기에도 784억원을 유지했다.

또 이 기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83.1%, 17.3%를 기록했다. 기업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200% 이상, 30% 미만일 경우를 건전하다고 보는 점을 감안하면, 제우스의 재무건전성은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제우스는 이달 2일 1주 당 2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무상증자는 기업의 이익잉여금, 자산재평가적립금 등의 잉여금을 통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통상 자금여력이 충분하고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들이 시행한다.

제우스 관계자는 “올해 AMR(자율이동로봇), AGV(무인운반차량) 등 모바일 협동로봇도 주목받는 한편,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또한 신규 투자가 예상된다”며 “AVP(첨단패키징)에 필요한 HBM 등 반도체 공정 세정장비의 약진도 기대되는 등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