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의 진화[테크트렌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테슬라와 샤오미가 시제품 공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해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머리·팔·다리를 갖추는 등 골격 구조가 인간과 유사하고 팔로 물건을 다루고 직립 보행을 하는 등 동작도 인간과 유사한 로봇을 말한다.
때로는 안드로이드·사이보그 등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차이가 있다. 안드로이드는 골격과 동작뿐만 아니라 인간 피부와 유사한 재질로 만들어진 표면과 머리카락까지 있어 생물학적으로도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 그래서 때로는 인조인간으로 불린다.
반면 사이보그는 팔·다리 등 사람의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식으로 사람과 기계가 결합된 개체를 가리킨다. 사이보그는 기계를 인체에 반영구적으로 부착했다는 점에서 마음대로 탈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외골격과는 다르다.
휴머노이드는 잠재적 장점이 많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 사회는 두 개의 팔과 열 개의 손가락, 두 다리로 움직이는 사람의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과의 상호 작용에 적합한 구조다. 인간의 소통 수단은 듣고 말하고 보는 등의 오감과 가리키거나 행동하는 팔·다리 등인데 휴머노이드도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높이에서 같은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기존 생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도 알맞다.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어 도구나 집·사무실 등의 기존 생활 공간을 휴머노이드만을 위해 특별히 개조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서빙 로봇 등 바퀴 달린 로봇을 사용하려면 높은 문턱이나 계단을 없애야 하지만 휴머노이드는 다리로 이동하므로 로봇을 위해 개조하지 않아도 된다.
또 로봇 여러 대의 역할을 한 대가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휴머노이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는 바닥뿐만 아니라 식탁을 닦을 수도 있고 책상 위의 물건을 치우는 작업도 할 수 있다. 마루 바닥을 쓸거나 닦는 청소만 할 수 있는 로봇 청소기와 다른 로봇들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연구용에서 상용화로 개발 방향 확장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휴머노이드 연구·개발(R&D)은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초기 휴머노이드 연구는 이족 직립 보행 기술의 완성에 목적을 뒀고 1970년대 초에 선보인 일본 와세다대의 ‘와봇-1’에서부터 휴머노이드를 대중에 알린 2000년 혼다의 ‘아시모’에 이르는 많은 휴머노이드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걷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연구용이었다.
그 결과 현재 휴머노이드의 보행 수준은 단순히 걷는 정도를 넘어섰다. 2013년 첫 등장 이후 지금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눈 덮인 경사지나 계단을 뛰어다니고 장애물을 넘는 등 향상된 보행 기술을 갖추고 있다. 사무실의 문을 열거나 상자를 들어 올리기 위해 로봇 팔과 손을 사용하는 모습도 시연하는 등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닮아 가는 발전상을 잘 보여준다.
실용적인 목적의 휴머노이드 개발도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10여 년 이상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던 일본의 가와다로보틱스는 2009년 산업용 휴머노이드인 ‘넥스테이지’를 발표했다. 넥스테이지는 다리나 바퀴 등의 하체 없이 머리·팔·손 등 상반신으로만 구성된 토르소 형태의 휴머노이드다.
넥스테이지는 머리에 달린 각종 비전 센서로 작업 대상 물체나 위치를 식별하고 로봇 팔과 손으로 간단한 조립이나 부품 분류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가와다로보틱스는 9월 연구용 휴머노이드 플랫폼 ‘넥스테이지 필리 오픈’을 발표하기도 했다.
9월 말 시제품 공개 예정인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실용성에 주안점을 둔 휴머노이드에 속한다. 머스크 CEO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을 사람 대신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을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옵티머스는 약 173cm의 높이에 무게는 약 57kg, 운반 중량은 20kg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전면에 디스플레이도 갖출 것으로 관측된다.
◆소셜 로봇용 휴머노이드도 계속 등장
이상적인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편하게 소통해야 한다. 보고 듣고 말하기 위한 기술인 시각 인공지능(AI)과 자연어 AI 기반의 인간·로봇 상호 작용(HRI : Human-robot Interaction)은 휴머노이드의 핵심 기술이다.
2010년대 이후 AI 개발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휴머노이드의 개발 방향도 사람과의 소통·교감에 초점을 맞춘 소셜 로봇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소셜 로봇용 휴머노이드 중에서 귀여운 외모로 한층 주목받은 로봇은 ‘아이컵’이다. 2009년부터 유럽 여러 대학들이 공동으로 개발해 온 아이컵은 동그랗고 깜빡이는 두 개의 큰 눈을 가진 귀여운 얼굴과 두 팔, 10개의 손가락, 두 다리를 가진 3.5세 어린이 수준의 로봇이다. 아이컵은 두 팔을 이용한 활 쏘기, 손가락을 이용한 공 잡기, 장애물을 피하며 걷기와 함께 로봇이 깜빡이는 눈과 얼굴의 표정으로 사람에게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유사한 휴머노이드의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21년 말 영국의 엔지니어드 아츠가 공개한 사람의 얼굴을 가진 로봇 ‘아메카’는 사람처럼 눈을 깜빡이거나 크게 뜨는 등의 표정과 두 팔과 손가락의 동작 등을 조합해 여러 가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소셜 로봇용 휴머노이드는 한때 상용화되기도 했다. 2014년 소셜 로봇으로 출시된 최초의 휴머노이드로 주목받았던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기에 알맞은 높이 1.2m, 무게 28kg의 소형 로봇으로, 대화 기능과 반짝이는 두 눈, 고개의 갸웃거림, 두 팔과 열 개의 손가락을 이용한 다양한 감정 표현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사람이 실생활에서 로봇과 대화·동작으로 상당히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실증하는 계기가 됐다.
소셜 로봇용 휴머노이드의 계보는 샤오미의 휴머노이드가 이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사이버원’을 공개했다. 두 팔을 갖추고 두 다리로 걷고 한 손으로 1.5kg의 물체를 들 수 있는 사이버원은 높이 1.8m, 무게 52kg의 성인 크기 로봇이다.
샤오미에 따르면 사이버원은 3D 시각 센서를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청각 센서와 감정 식별 엔진을 이용해 사람의 동작, 표정과 음성을 인식하고 85종의 소리와 45종의 사람 감정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폿’과 비슷한 약 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샤오미는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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