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밀실 행정’...장애아동가족·시민단체 배제 논란

강은선 2023. 3. 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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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에 개원하는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밀실 행정’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병원 설립을 주도해온 장애아동 가족단체와 시민단체를 병원운영위원회에서 배제하고, 개원 연기를 하면서 장애아동가족 당사자들에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시기를 3월에서 5월로 두 달 간 늦춘다. 애초 지난해 10월에서 12월, 12월에서 올해 3월에 이어 올해 5월로 세 차례 연기된 것이다. 

지난해 1월 지역시민사회단체가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과정에서 넥슨과의 밀실 협약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대전시는 개원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장애아동가족에게 일절 안내가 없었다. 개원이 연기될 때마다 장애아동 가족들은 부랴부랴 다른 지역 재활병원을 알아보며 아이를 돌볼 수 밖에 없었다. 

10년 가까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주도해 온 장애아동 가족단체와 시민단체는 병원 막바지 설립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사)토닥토닥 이사장은 “2021년 4월에 병원 설립 운영위원으로 위촉됐는데 임기는 병원 설립 준공까지로 돼있다”라며 “그런데 지난 15일 병원 개원을 5월로 연기한다는 대전시의 브리핑 전 새로운 운영위원회가 구성됐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제외된 기존 운영위원에겐 해촉 통보가 없어 대전시 브리핑 직전에 알게됐다”며 “병원 설립 추진 시민단체이자 당사자 가족 대표단체를 절차까지 무시한 채 배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그러면서 “대전시가 건축공사 지연, 의료인력 채용 어려움 등을 이유로 5월 말로 개원이 결정되면서 장애아동 가족은 다시 한 번 기다리게 됐다”고 토로한 뒤, “새로운 운영위원회 구성 발표는 당사자가족과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병원 운영이 될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밀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위원위 구성을 해명하고, 장애어린이가족 당사자의 의견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에 반영될 통로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토닥토닥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대로된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위한대전충남시민TF는 “새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기존 운영위원회의 임기 중첩의 문제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 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위원회는 설립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과 장애 당사자 및 가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21년 4월부터 설립 준공 시까지 그 임기를 두고 있지만 준공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3월 15일 새로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병원의 개원일시와 운영계획을 당일에 결정했다는 것은 기존의 운영위원회 권한과 임기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기존 운영위원들에게 대전시는 위원 임기 종료를 통보한 바도 없으며, 기존 운영위원들에게는 병원 개원과 관련한 어떠한 설명도 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새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장애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지나치게 취약하다고 했다.

시민단체는 “대전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에 근거해 총 11명의 운영위원이 구성돼야하며 이 중 당연직을 제외한 8명의 위촉직이 임명돼야 한다”면서 “이 조례 제14조에서는 위촉직 운영위원으로 대전충남권 관계공무원, 장애인단체 또는 장애어린이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 공공의료전문가, 재활치료전문가, 그 밖에 병원 운영과 관련되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등으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현재의 위촉직 8명 구성을 살펴보면, 이 중 장애단체 대표는 1인에 불과하다”며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 시민과 수많은 장애 아동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공공병원이며, 이러한 공공병원은 설립뿐만 아니라 운영 역시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3년 대전의 작은 가족 모임에서 출발한 (사)토닥토닥은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기적의 꿈을 위해 지난 10년을 달려 왔다”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토닥토닥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전시와 의료진 일부만의 전유물도 아니다”라고 짚은 뒤 “공공성은 단지 병원 설립과 운영예산에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제공되는 서비스의 공공성, 나아가 운영의 민주성과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대전시에게 병원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로 장애아동가족을 인정하고 참여시킬 것을 촉구한다”며 “기존 운영위원의 임기 종료 전 운영위원회 폐지 및 운영위원 해촉 등의 절차를 무시한 이유를 해명하라”고 강조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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