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게 AI란...생성형 AI를 처음 만나고 업무에 활용하기까지
[한백영의 생생 디자인] AI를 이용한 디자인
재작년(2022년) 10월 경. 디자인 세미나를 다녀온 후배를 통해 AI 이미지(image)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후배 왈(曰), “세미나에서 발표자가 미드저니라는 생성형 AI 툴을 사용해 만든 이미지들을 보여줬는데 신기하다”는 정도였다. 필자 역시 “재밌는 기능이 생겼네” 정도로 치부했다. 그리곤 잊었다.
그 일이 있은 후 6개월 즈음 지난 무렵, 다른 장소에서 이미지 생성형 AI(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를 통해 직접 창작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이고, 놀란 입이 닫히질 않았다.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회사로 복귀해 당장 스터디를 하고, AI를 통해 디자인 업무를 해보자고 디자인팀장들에게 제안했다.
하 - 지 - 만...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후배들은 입이 잔뜩 나왔다.
“일하기도 바쁜데 언제 배우냐?”
“우리가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인데 AI가 하는 디자인을 왜 쓰냐?”는 등등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동업계에서 아직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용해 보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입 나온 후배들과 2주 동안 준비한 후 롯데온 플랫폼 메인에 적용했다.
볼멘소리로 시작한 AI와의 인연이었지만 한 달이 지난 무렵 디자이너들은 서로 경쟁하듯 배우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존에 촬영을 하거나 해당 브랜드사로부터 전달 받아야 하는 이미지를 프롬프트를 입력해 직접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통 3~4시간 걸리던 작업이 1시간 내외로 줄었고, 이미지 품질 또한 기존 이미지보다 높았다.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 촬영 스케줄과 스튜디오 임대, 모델과 상품 준비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단 10분이 아쉬운 현장에서 촬영하고 이미지 컷을 준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른 대안으로 브랜드사로부터 이미지를 전달받는 경우가 있지만, 영세한 제조사의 경우 준비된 이미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유료 이미지 제공 사이트에서 아쉽지만,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 디자인 하는 사례가 제일 많았다.
우리는 미드저니라는 생성형 AI를 통해 시간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후 다른 관점에서 AI를 활용한 접근을 시도했다.
우리 회사는 쇼핑몰 플랫폼이기 때문에 업의 특성상 동일한 소재의 배너를 다양한 규격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 방식은 동일한 소재이지만 6개의 다른 형태로 전시된다면 디자이너는 포토샵을 이용해 6번의 작업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한 번의 작업으로 나머지 5개의 배너도 자동 전시하는 스마트 배너를 구현할 수 있었다.
개념적으로 어렵지 않은 과제로 20여 년 전 부터 숙원사업처럼 머릿속에 생각으로만 있었지만, AI를 활용해 완성도와 편의성이 극대화되어 현업에서 드디어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 8명 분의 일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AI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머나먼 남의 이야기였다. 고작해야 콘셉추얼한 이미지를 시안용으로 뽑아보는 정도가 활용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적어도 우리 디자이너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디자인 툴이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롯데이커머스(롯데온) 디자인 자문.
前 롯데이커머스(롯데온) UX부문장(상무), 롯데온·롯데백화점몰·롯데마트몰 개발·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