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회복, ‘피로감’이 포인트가 아니다
- 환자에게서 면역 시스템의 T세포 고갈 나타나
- 암 치료제로 회복 가능한지 연구할 예정
만성피로 증후군이 면역계의 핵심인 T세포의 고갈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피로라는 단어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은 휴식이나 수면으로 쉬이 회복되지 않으며,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조차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미국 코넬 대학의 연구팀이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했다. 그 결과 환자의 면역 체계에서 감염원과 싸우는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가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발견했다.
만성피로, 바르게 알고 있는가?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피로감’은 너무도 흔하고 당연한 요인일 것이다. 매일 아침 알람에 의지해 눈을 뜨고, 부랴부랴 출근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거나 늘 반복되는 지루한 패턴을 반복한다. 퇴근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흔해서 밤 늦게 귀가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피로감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며 씁쓸하지만 그냥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피로가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이 또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만성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 불리는 증상은 의학적으로도 꽤나 심각하게 다루는 증상이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느끼는 만성피로와도 다르다. 우선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만성피로에 해당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한 휴식이나 수면을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은 여기에 복합적인 다른 증상들이 동반된다. 보통의 만성피로와 달리 휴식이나 수면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피로감이 더 누적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싶어 운동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신체 활동을 마친 후 피로감이 매우 심하게 몰려오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피로감이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운동 불내성’이라 하며, 만성피로 증후군에 따라오는 대표적 증상 중 하나다.
이밖에도 만성피로 증후군은 기억력과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고, 종종 멍해지는 기분과 함께 머릿속이 어지럽게 뒤섞이는 혼란 증상을 겪기도 한다. 근육이나 관절에 통증이 반복되며, 휴식을 취하거나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유사한 증상, 근육통성 뇌척수염
만성피로 증후군은 만성피로 상태에서 이어지는 단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성피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나 호르몬 불균형, 면역계 문제,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비슷한 질환으로 ‘근육통성 뇌척수염’이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일상적인 활동이나 운동을 통해 피로가 악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근육통성 뇌척수염일 경우 신체활동을 하지 않아도 피로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전신에 걸친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나타나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그밖에 나머지 증상들은 두 질환이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만성피로 증후군과 근육통성 뇌척수염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두 질환이 함께 나타날 경우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질 수 있고, 서로가 서로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돼 악순환을 이루기도 한다.
‘면역 체계 조절 능력’이 핵심
미국 코넬 대학의 분자생물학과 연구팀은 만성피로 증후군과 근육통성 뇌척수염이 함께 나타난 환자들에게 ‘면역 체계가 원활하게 조절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면역 체계의 조절 능력이 저하된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CD8+ T세포의 조절 능력에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CD8+ T세포는 T세포의 주요 유형 두 가지 중 하나로, 감염된 세포나 종양 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고 T세포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면 환자는 계속되는 피로감에 시달리게 된다.
즉, 면역 기능을 조절해야 할 CD8+ T세포가 고갈됨으로써 몸의 전체적인 면역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면역력이 약해져 각종 감염성 질환에 노출될 우려가 커진다. 또한, 세포 자체가 기능을 잃은 것이기 때문에, 휴식이나 수면을 취해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조금씩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만성적인 자극으로 인해 세포가 다시 기능을 상실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암 치료제를 활용한 치료법 탐구
이는 암 환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현상으로, 기존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암 치료제 중 T세포의 고갈(기능 상실) 상태를 되돌리는 치료법이 존재한다”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이 치료제가 만성피로 증후군과 근육통성 뇌척수염을 앓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 중 한 사람인 모린 핸슨(Maureen Hanson) 교수는 “만성피로 증후군 및 근육통성 뇌척수염 환자의 면역 세포는 표면에 단백질 발현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라며 “이는 면역 세포가 지쳤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등 감염원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면역 시스템이 계속 노출되는 일이 생기면 면역 세포가 지친다는 것이 핸슨 교수의 말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성피로 증후군 및 근육통성 뇌척수염의 치료를 위한 방법을 탐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환자 및 대조군으로부터 면역 세포를 채취하고, 면역 세포에 쌓인 피로를 역전시키는 약물을 사용해 실제로 치료 효과가 있는지, 면역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는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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