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우 유죄’판결까지…OK구단은 정말 사실을 몰랐을까?

박주미 2024. 5. 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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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금융그룹 곽명우 세터(출처 :연합뉴스)


프로배구 OK 금융그룹의 세터 곽명우가 '통신 비밀보호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KBS취재 결과 곽명우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이에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유죄가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2심 선고일이 5월 9일이었다.) 지난달 OK 금융그룹에 미들 블로커 차영석을 내주고 국가대표 세터 곽명우를 받아 전력 보강을 꾀했던 현대캐피탈 구단은 큰 곤경에 빠졌다.

어제(12일) 배구계를 흔든 이 소식은 V리그는 물론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의 유죄 판결이라는 것과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OK 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 간의 트레이드가 진행됐다는 사실에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팬들의 궁금증은 분명하다. '곽명우가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OK 금융그룹 구단은 정말 사실을 몰랐을까?'

# 곽명우의 법정 다툼…OK 금융그룹은 정말 몰랐을까?

OK 금융그룹 김태훈 사무국장은 곽명우의 유죄 판결 확인 과정을 묻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선수 개인 신상 문제가 있어 혐의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줄 수 없다. 사법 처리를 받았다는 걸 최근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한국배구연맹(KOVO)에 트레이드 공시 철회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구단은 해당 사실을 모르고 트레이드를 추진했고 결정 이후에 사실을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구단에 관련 내용을 알려야 하는 선수 의무를 위반해 결국 현대캐피탈에도 민폐를 끼치고 OK 금융그룹의 명예도 실추하게 한 곽명우에게 구단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구단의 답변은 "일단 연맹의 징계를 기다린 뒤 구단 법무팀과 상의해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구단에 손해 입힌 선수에 추가 조치는? ...

물론 곽명우가 사법기관의 형을 받은 만큼 한국배구연맹의 상벌위 개최에 따른 징계 절차를 따르는 게 먼저다. KOVO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성범죄(성희롱 포함), 폭력, 음주운전, 불법 약물, 도박, 승부조작, 인종차별, 과거에 발생한 학교폭력, 인권침해 등 사회의 중대한 범죄행위 및 이에 따르는 사유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자는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경고에서 제명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구단은 한국배구연맹의 징계와 별도로 계약 기간에 따라 계약 해지, 임의 탈퇴 등을 진행할 수 있다. 곽명우는 현재 OK 금융그룹과 5월 말까지 계약이 되어있어 이대로라면 자연스럽게 계약이 종료된다. 구단에서 따로 명예 실추 등에 따른 손해 배상 등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징계 없이 팀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계약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징계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유죄 판결 이전에도 잡음 있었던 곽명우.

그런데 KBS 취재 결과 OK 금융그룹이 이미 곽명우의 유죄 판결 가능성을 예견했음을 알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배구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곽명우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그 내용과 관련해 OK 금융그룹 구단은 여러 형태의 제보를 받았다. 이 중에는 곽명우가 행한 행위를 외부에 알리겠다며 경기 출전을 배제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까지 있었던 거로 확인됐다.

게다가 법원 판결이라는 것이 한두 달 안에 나오는 것이 아닌 상황을 고려하면 (*지난해 9월 발표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법원 민사합의 사건의 1심 판결 평균 소요 기간은 14개월. 민사 단독 사건은 평균 7.6개월이었다.) 구단이 충분히 곽명우의 사안을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2013~14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OK 금융그룹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곽명우는 줄곧 팀을 옮기지 않고 OK 금융그룹에서 뛰며 주전 세터로 활약해왔다. 이 기간에 두 번의 우승을 이끈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경기력도 인정받았다. 곽명우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경기를 뛰었다. 이렇게 팀에서 활약한 주전 세터를 느닷없이 트레이드한 배경에도 팬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곽명우에 대한 징계는 2024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장을 떠난 한국배구연맹과 각 구단 주요 관계자들이 내일(14일) 귀국하는 대로 상벌위원회 일정이 확정되면 결정될 예정이다.

프로배구 초유의 현역 선수의 유죄 판결. 개인사에 국한됐다고는 해도 선수의 유죄 판결에 따른 구단 간 트레이드 무산과 다음 시즌 전력 구상 차질이란 후폭풍이 크다. 곽명우에 대한 징계와 더불어 선수의 신고 의무 강화를 비롯한 재발 방지 대책 등 연맹 차원의 더욱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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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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