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율 역대 최저…강남·송파·용산 50% 붕괴
금리인상發 월세화·계약갱신청구권 등 영향
”월세 경험 늘어나…과거 갭투자 이어질까”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50%를 겨우 넘어서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전세가격은 이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는 의미다. 강남구와 송파구 등 일부에서는 전세가율이 50%를 밑돌기 시작했다. 가파른 금리인상과 더불어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이 시행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월세화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과거처럼 전세가율이 높아져 갭투자 성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3.6%로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집계를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57.4%)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 내 일부 지역에서는 50%를 밑돌기도 했다. 강남구(47.6%)와 송파구(47.1%), 용산구(46.2%), 양천구(49.5%), 성동구(49.9%), 노원구(49.9%) 등 6개구는 기존에도 전세가율이 낮은 편이었는데 지난달에는 평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종로구(63.0%), 중구(61.2%), 중랑구(61.8%), 강북구(60.3%) 등 4개구를 제외한 21개구의 전세가율은 60%를 넘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낮아진 건 한 마디로 매매가격 하락폭보다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2021년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104.4에서 지난달 93.6으로 10.4% 하락하는 동안 전세가격지수는 103.5에서 85.8로 17.1% 떨어졌다. 통상 매매가격이 하락할 때는 집값 하락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난다. 전세 수요가 늘면 전세가격이 오르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금리인상기가 시작된 후 전세의 월세화가 가파르게 진행된 영향을 첫 손에 꼽는다. 이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연 7%대까지 올라가자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활용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간의 아파트 월세 거래 7만510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 보증금은 8988만원, 월세액는 6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증금 9911만원에 월세 52만원이었던 2년 전(2020년 12월~2021년 1월)에 비해 보증금은 922만원(9.3%)이 줄고, 월세는 13만원(24.9%) 오른 수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중심으로 한 임대차3법의 부작용도 이유로 지목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2020년 7월 말부터 임대료를 5%만 올리고 기존에 거주하는 주택에 머무르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 때문에 신규 전세 수요가 제한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매매가격까지 하락하자 전세가격대가 신규 전세계약보다는 갱신 계약에 수렴하는 일도 동시에 일어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상적인 시장이었다면 전세의 갱신가격보다는 신규가격이 가격대를 주도했을 것”이라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가격도 동반하락한 아주 예외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 강남권의 입주 물량 증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래미안원베일리, 대치푸르지오써밋 등에서 올해 9037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난달 기준 전세가율이 50%를 밑도는 지역 중 강남구와 송파구, 양천구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는 경우에는 실거주만 가능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하다.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매매거래가 경색된 와중에 급매가가 전셋값을 누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월세 경험을 한 젊은 수요층이 점점 많이 매매시장으로 진입을 할 것”이라면서 “전세 기반으로 갭투자로 해 매매로 가는 기존의 내 집 마련 사이클이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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