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단종된다" 소문에…새벽부터 골프장 '오픈런' 난리
60弗짜리 그 '놈'…몸값 10배 이상 뛰었다
10년 전 출시 시작한 도자기 인형
단종 소문에 골프팬 구매욕 폭발
기념품 매출 호조에 상금도 껑충
오거스타내셔널, 리셀 광풍에
클럽 권위·전통 등 해칠까 우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GC에 발을 들인 마스터스 관중은 그 자체로 이미 골프계의 승자다. 매년 4월 첫째 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명문 골프장이 1년에 딱 한 번, 극소수에게만 허락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안에서 다시 한번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30cm 남짓한 도자기 인형 ‘놈(Gnome)’을 손에 넣어야 ‘승자 중의 승자’로 인정받는다.
올해는 이 인형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 새벽부터 골프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곧장 매장으로 향하는 인파가 장관을 이룬다. 매장 안에서는 놈을 차지하려는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올해를 끝으로 놈을 단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구매 욕구가 폭발한 것. 59.99달러(약 9만 원)짜리 작은 인형은 올해 90회를 맞은 마스터스가 쌓아 올린 역사와 전통, 서사가 완성한 최고의 발명품이다.
◇마스터스의 모든 서사 녹인 발명품

땅을 지켜주는 요정을 뜻하는 ‘놈’은 2016년 대회에서 정원용품 판매대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엔 “못생겼다”는 혹평 속에 패트런의 외면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아예 출시되지 않았다.
2018년, 흰색 점프슈트와 초록색 모자를 착용한 놈이 출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거스타 내셔널의 캐디가 된 ‘놈’은 골프 팬들의 팬심을 저격했고 대표 마스터스 기념품으로 떠올랐다. 이후 매년 다른 복장과 액세서리를 걸친 ‘놈’이 나왔고 골프 팬들의 수집품이 됐다.
통상 골프 애호가들의 수집품은 타이거 우즈가 사용한 웨지나 스카티 캐머런 한정판 퍼터 등 고가 장비가 주류였다. 놈은 단돈 59.99달러, 압도적인 수요에도 오거스타 내셔널은 금액을 크게 올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수십 년째 1.50달러를 유지하는 피멘토 샌드위치, 40달러를 넘지 않는 모자와 같은 전략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이지만, 놈을 가졌다는 것은 ‘이른 아침 줄을 서서 한정판을 쟁취한 승자’임을 증명하는 훈장이 된다.
2016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첫 모델은 이제 가장 귀한 몸이 됐다. 미국 이베이에선 11일(현지시간) 9499달러에서 시작해 박스째 보관된 새 제품이 1만 7900달러까지 호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출시된 놈 9종 세트는 3만 999달러, 올해 모델은 720~1500달러 선에 거래된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첫 모델부터 모든 놈을 소장하고 있다”며 “남들이 외면할 때 나는 귀여움을 알아봤고, 이 컬렉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라고 했다.
◇마스터스 대표 캐릭터로 진화
뜨거운 인기와 리셀 광풍은 오히려 놈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대회 직전 오거스타 내셔널이 10번째인 올해 모델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지난 8일 프레드 리들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놈의 단종 여부는) 전혀 사소한 질문이 아니다. 저 역시 몇 년째 묻고 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골프계에서는 놈 열풍이 오거스타 내셔널의 결벽에 가까운 브랜드 관리 원칙을 건드렸다고 분석한다. 제품 공개 몇 시간 만에 온라인에서 거액에 거래되는 현상이 전통과 권위, 순수함을 강조하는 클럽의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철학에 어긋나면 언제든 없앨 수 있다는 오거스타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놈 출시 10년을 맞은 올해 역대 모든 놈을 작은 사이즈로 모은 스페셜 에디션을 내놨다. 1500달러에 단 2500개만 내놓은 이 제품은 버크맨스 플레이스 등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 출전 선수 등 주요 고객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서만 판매했다.
놈 인형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놈은 이미 마스터스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처음 선보인 놈 티셔츠는 본대회 개막 전 완판되는 ‘대박’을 터뜨렸다. 놈을 활용한 제품도 매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트리 장식과 양념통이 추가된 데 이어 올해는 손목시계와 의류까지 확장됐다.
기념품 판매를 포함한 대회 수익은 상금 규모로 이어진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이날 올해 마스터스 총상금을 2250만 달러(약 334억 원), 우승 상금을 450만 달러(약 66억 8000만 원)라고 발표했다. 중계권료와 기념품 수익 등을 반영해 3라운드 날 발표하는 상금 규모가 다시 한번 역대 최고액을 경신하면서, 놈이 이끈 기념품 매출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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