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비만약 CDMO 시동 건 SK팜테코…위고비·젭바운드 수주 기대
CGT 이어 저분자·펩타이드로 생산 파이프라인 확대 목표
“비만 치료제 CDMO 중요한 시장”…수주 기대 커져
SK의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가 세종시에 두 번째 공장을 세운다. 기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에서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저분자·펩타이드 치료제로 생산 파이프라인(제품군)을 넓히겠다는 계획에서다. 최근 위고비·젭바운드 열풍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약의 CDMO 진출을 검토해온 만큼, 이번 신규 공장 증설로 국내 첫 비만약 수주를 따낼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SK팜테코는 지난 1일 세종 명학산업단지에 4000평 규모의 CDMO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펩타이드 연구개발(R&D)·제조를 위한 플랜트, 미국 선진의약품생산및품질관리(cGMP) 연구 시설을 포함한 8개의 생산 라인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신규 공장은 앞서 2022년 10월 SK팜테코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가동을 시작한 원료의약품 CDMO 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명학산업단지에 들어서게 된다.
2019년 SK의 글로벌 CDMO 통합법인으로 설립한 SK팜테코는 글로벌 생산 체제를 빠르게 구축하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SK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과 미국 CDMO 기업 앰펙을 인수한 데 이어, SK팜테코로 통합된 이후 2021년 3월 프랑스 CGT 전문 CDMO 기업인 이포스케시와 지난해 9월 CGT CDMO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CBM까지 인수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CGT 분야의 공정 개발·상업 생산이 모두 가능한 CDMO 기업은 SK팜테코를 포함해 세계 5곳에 불과하다. 지난 5월 cGMP 생산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스위스 페링제약의 방광암 유전자치료제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약을 따낸 것도 이러한 경쟁력 덕분이었다.
SK팜테코는 세계적인 입지를 굳힌 CGT 분야에 이어 최근 각광받는 새로운 분야로 CDMO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저분자·펩타이드의 증가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 조각으로, 부작용이 낮고 상대적으로 쉽게 제조할 수 있어 합성의약품에 비해 신약 성공률이 2배 높다. 다양한 생체 활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 등 비만약 열풍을 이끈 GLP-1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펩타이드는 몸에 흡수되기 전 소화계에서 분해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 개발되는 비만약은 약물의 효과와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저분자 GLP-1 수용체를 활용한다. 저분자는 분자가 작은 만큼 제조가 쉽고 흡수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SK팜테코가 신규 공장에 저분자·펩타이드 생산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경우 국내 첫 비만약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아직 비만약 생산 수주를 맡은 국내 기업은 없다. 박용우 SK팜테코 아시아 소분자 부문 사장은 미국 제약 전문지인 피어스파마에 “(이번 신규 공장으로) 생산 능력과 역량을 확장해 더 빠른 처리 시간, 향상된 유연성, 더 높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도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GLP-1 펩타이드 제제에 대해 “아주 중요한 시장이며, CDMO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보와 릴리는 늘어나는 수요에 CDMO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보는 위고비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 2월 세계 3대 CDMO 기업인 캐털란트(Catalent)를 약 16조원에 인수했고, 릴리는 아일랜드 공장에 2조원을 투자해 증설에 돌입했다. 업계는 이들 제약사가 점차 공급 국가를 넓혀가고 있는 만큼 다른 CDMO 기업들에 수주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팜테코 관계자는 “현재 어떤 치료제를 개발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팜테코는 저분자·펩타이드 외에도 질병의 근원인 유전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올리고핵산 치료제와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항체약물접합(ADC) 항암제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올리고핵산 치료제는 내년 시범생산을 시작해, 2026년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K팜테코는 ADC 구성 요소 중 합성의약품 물질인 페이로드와 링커 생산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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