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보험계약자 A씨는 우회전 중 배달용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겪었다. 사고를 낸 오토바이 운전자는 고의로 사고를 유발한 보험사기범이었고, A씨의 보험사로부터 344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이후 재판을 통해 해당 운전자는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고, A씨는 할증된 자동차 보험료 749만 원을 뒤늦게 돌려받았다.
이 사례는 단순한 개인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피해자 3,426명이 총 15억 7,000만 원의 할증 보험료를 환급받았다. 이는 피해자 1인당 평균 약 46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정부의 사후 구제 시스템이 없었다면 대부분 돌려받지 못했을 돈이다.
15억 7천만 원 더 지불
안내도 못 받는 피해자
지난해 국내 12개 손해보험사는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자 3,426명에게 부당하게 할증된 보험료를 환급했다. 환급된 금액은 총 15억 7,0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약 45만 8,000원을 추가로 낸 셈이다. 이는 전년도 실적인 12억 2,000만 원보다 3억 5,000만 원, 약 28.7% 증가한 수치다.
환급이 늘어난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8~10월 시행한 ‘장기 미환급 할증보험료 찾아주기 캠페인’의 영향이 컸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일부 소비자는 늦게나마 부당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 사실조차 안내받지 못해 환급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부터 손해보험사 및 보험개발원과 함께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자에게 할증 보험료를 환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누적 환급금은 약 99억 원, 환급 대상자는 2만 2,000명에 이르지만, 이는 확인된 피해자에 한한 수치다. 문제는 ‘누군가 알려줘야만’ 환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 점검 나섰지만
여전히 고지 누락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개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피해자 고지 및 판결문 관리 등 피해 구제 절차를 점검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절차를 따르고 있었지만, 일부는 보험개발원에 피해 사실을 공유하지 않는 등 미흡한 사례가 드러났다. 고지를 못 받은 피해자는 환급 절차 자체를 몰라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금감원은 미흡한 보험사들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리고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피해자 스스로 조회하지 않으면 평생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금감원은 향후 장기 미환급 보험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휴면보험금 출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사고 발생 시점부터 자동으로 안내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는 보험개발원의 ‘자동차보험 과납보험료 통합조회 서비스’를 통해 피해 여부를 스스로 확인해야 하며, 이마저도 많은 국민이 모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