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때 일본차 불매 봤지?" 중국서 떨고있는 독일차
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사태 때 일본차 판매 급감
독일 3사 매출 30% 중국서 발생, 외교장관 급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유럽연합)의 '최최종' 관세 부과 결정을 앞두고 중국 덕에 먹고살던 독일의 속은 탄다. 현직 총리는 물론 전직 총리 측근들까지 나서 대중국 관세부과 재고를 호소하는 한편 외무장관을 중국에 파견해 중국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4일 독일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4일 밤(한국시간)으로 예정된 EU집행위원회의 관세 부과 결정 투표에 앞서 다른 유럽 정상들과 전화통화하고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의 뜻을 재차 밝혔다. 숄츠 총리는 "불공정 무역엔 물론 대응해야 하지만 이는 철강처럼 실제 피해를 주는 분야에 국한돼야 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이런 대응은 우리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해 최대 35.3%의 관세를 더 매기는 EU의 새 징벌적 관세 부과는 독일의 반대와 중국의 이의제기 등으로 투표가 미뤄져 왔다. 4일 사실상 최최종 투표가 이뤄진다. 미하일 클라우스 EU주재 독일 대사는 "많은 국가들이 투표에 기권하겠지만, 기권은 반대표로 간주되지 않는 만큼 관세 부과는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값 싼 중국산 전기차 공습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EU의 관세장벽 구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EU 환경싱크탱크 T&E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2.0%였으나 매년 급증, 2022년 19.5%, 2023년 25.0%까지 늘었다. 중국산 규제 분위기가 본격화하며 올해 다소 답보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도 작년 수준 점유율이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며 사실상 미국진영에 서있는 EU 내 서방국가들의 정책 쏠림 현상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EU가 움직이면서 중국의 대응도 구체화하고 있다. EU가 지난해부터 보조금 지급 조사를 시작하자 중국은 지난 6~9월 EU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시작으로 유럽산 주류와 유제품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도 EU에 대한 폭넓은 무역규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위기감은 특히 크다. 독일은 중국의 개혁개방 직후부터 폭스바겐, 벤츠, BMW 등을 위시로 중국에 적극 진출했다. 중국 로컬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과정에서 점유율을 뺏긴 한국과 일본 브랜드들과 달리 독일은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전체 판매대수 중 중국 판매 비율은 37%에 달했다. BMW는 32.3%, 메르세데스벤츠는 29.6%를 중국에서 팔았다.
EU 징벌적 관세가 현실화하고,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에 나설 경우 중국 내 불매운동은 당연한 수순이다. 2017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벌어진 불매운동으로 한국산 제품과 브랜드들에 대한 보이콧이 이어졌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국에서 발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동차 분야에선 더 극적인 사례들이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발생한 2012년 9월, 토요타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월 대비 무려 40% 줄었다. 연초 연간 100만대 판매를 호언장담했지만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혼다도 9월 40.5% 감소에 이어 연간 매출 22%가 사라졌고, 닛산은 9월 35% 감소와 더불어 연간 판매량도 24.4% 줄었다.
게다가 관세전쟁은 기존 사례들과는 양상이 다르다. 미국이 먼저 때리자 기다렸다는 듯 뒤따르는 EU는 중국인들의 감정을 더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자동차산업과 그 연관 산업으로 먹고사는 독일의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앙겔라 메르켈 정권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라스-헨드릭 롤러 전 경제고문은 "지금 방식으로는 우리(EU) 모두가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은 중국 기업과 합작의 형태로 진출해 있는 만큼 이들이 타격을 입으면 중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독일산 자동차에 대한 무조건적 불매운동이 발생하지는 않도록 속도조절을 할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상황은 독일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 로컬 전기차 브랜드들도 공급과잉 속에 구조조정되는 판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술싱크탱크 테크노드에 따르면 한 때 200개를 헤아리던 중국 내 전기차 제조사 수는 지난해 77개로 줄었다. 그리고 이 중 캐파(생산능력)의 60% 이상을 가동하는 회사는 불과 20개뿐이었다. 가격경쟁이 격화하면서 소형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모습이다. 굳이 내수시장에서 중국 정부가 독일의 이익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
상황을 잘 아는 독일은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며칠 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CMP는 "베어보크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문제 및 중동 갈등에 대한 중국의 중재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EU의 전기차 관세부과 투표일에 일정이 알려진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전했다.
베이징(증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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