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덕신공항 ‘선개항·후준공’이 해답
2032년 개항·2035년 준공, 전향적·속도감 있는 추진을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새 전환점을 맞았다. 두 차례의 유찰 끝에 지난달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되어 부지조성공사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기본설계는 약 6개월간 진행된 이후 실시설계 단계로 넘어가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10월 우선 시공구간 착공이 시작된다. 문제는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개항 시기가 2035년이라는 점이다. 당초 2029년에서 무려 6년이나 후퇴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지난 수십 년간 부산 시민이 갈구해온 숙원 사업이다. 2021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 이후, 우리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연계한 ‘2029년 조기 개항’이라는 로드맵에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를 보냈다. 하지만 박람회 유치 실패와 건설사와의 수의계약 중단 등을 거치며 개항 시점은 급기야 2035년으로 개항과 준공을 단일화해 추진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공항 건설이 아니다. 이는 수도권 집중의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상징이다. 인천공항 중심의 일극 항공 체계를 깨고, 동남권을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허브로 도약시킬 핵심 인프라다. ‘24시간 운영 가능한 해상 공항’이라는 특성은 화물 운송과 환승 노선 유치에 있어 김해공항이 구조적으로 갖출 수 없었던 강점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여객용 공항이 아니다. 부산항 부산신항의 해운, 대륙철도와 연결되는 ‘트라이 포트(Tri-Port)’ 물류 체계의 마지막 퍼즐이다. 현재 동남권에서 발생하는 수출입 항공 화물의 대부분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데, 이로 인한 물류비용 낭비만 한 해 수천억 원에 달한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물류 효율성 저하라는 핸디캡을 안고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다.
김해공항은 이미 ‘포화’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부족할 만큼 한계상황이다. 2004년 4월 김해공항 국제선 터미널 수용능력을 830만 명으로 늘렸으나 2025년 김해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수하물 대기 시간은 전국 최장이며, 주차여건은 최하위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구조적 한계이다. 군민 공용 공항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하다.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부족으로 신규 노선 확장도 어렵다. 지금의 김해공항은 더 이상 동남권 1300만 시민의 관문으로서 기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부산은 조선·해운·항만 물류 산업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신공항 조성이 지연되면 동남권 산업의 물류 혁신과 활성화가 최소 6년 이상 미뤄진다. 이는 곧 투자 회피, 청년 인구 유출 심화, 지역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물류 인프라 지연은 생산성과 비용 모두에 직격탄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의 총 예산액은 약 10조 7000억 원 규모로, 본공사가 본격화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항 후에는 항공 관련 산업, 물류, 관광, MICE산업이 연쇄적으로 성장하며 수십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도 예상된다. 또한 가덕도신공항은 해외시장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다. 현재 지역 기업인 대부분이 해외 출장을 위해 인천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대형 화물기가 뜨지 못해 인천공항까지 물류를 실어 나르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 가덕도신공항이 개항되면 이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사라지고,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가덕도신공항은 수도권에 집중된 대한민국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할 핵심 인프라로 기능을 할 것이다.
이제 더는 지체하면 안된다. 필자는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준공’을 분리하는 전략적 접근을 제안한다. 물론 해상 매립 공사의 난도와 안전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안전을 이유로 무조건 일정을 늦추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전체 시설이 완공되기 전이라도 활주로와 필수 여객·화물 터미널을 우선 가동하는 ‘2032년 선(先) 개항’을 추진해야 한다. 이후 2035년까지 공항 배후 단지와 부대 시설을 차례로 마무리하는 ‘후(後) 준공’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미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외 대형 국책 사업에서 단계별 개항은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정부는 2032년 조기 개항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예산 집행과 인허가 절차를 파격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기업들이 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기업 참여 비중을 대폭 확대해 공항 건설의 낙수 효과가 지역 경제 밑바닥까지 고루 퍼지게 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의 자존심이자 동남권 경제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2032년 조기 개항은 벼랑 끝에 선 지역 중소기업과 시민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속도감 있는 추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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