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승 15패, 순위표 하단에 박혀 있는 팀이라고 쉽게 보면 안 된다는 걸 키움이 증명하고 있다. 외국인 선발 와일스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고, 대체 영입한 케니 로젠버그는 비자 문제로 합류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키움은 오히려 삼성을 상대로 3연전 스윕을 완성했다.

26일 박병호 코치의 은퇴식이 열린 감동적인 날, 마운드에서는 전체 1순위 신인 박준현이 데뷔전 선발승을 따냈고, 고척돔은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교차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박병호가 공을 넘겨준 그 신인이 해냈다

박준현의 데뷔전은 시작부터 드라마였다. 경기 전 은퇴식을 마친 박병호 코치가 직접 마운드로 내려와 박준현에게 공을 건넸다. 박병호와 절친인 아버지 박석민 코치가 속한 삼성이 상대였고, 아버지는 그라운드 반대편 더그아웃에 있었다.
아버지가 해준 말은 단순했다. "맞더라도 자신있게 던져." 그 말 그대로였다. 1회 류지혁에게 던진 초구가 트랙맨 기준 158.7km, 올 시즌 리그에서 안우진(160.3km)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구속이었다.

제구가 흔들린 건 사실이다. 95구를 던지는 동안 볼이 44개였고, 볼넷도 4개를 내줬다. 2회에는 무사 만루라는 최대 위기도 맞았다. 하지만 내야 뜬공과 병살타로 이닝을 무실점으로 넘겼고, 4회에는 고속 슬라이더로 연속 삼진을 잡으며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5이닝 4피안타 4볼넷 4삼진 무실점, 고졸 신인 역대 13번째 데뷔전 선발승이었다. 박준현은 "박병호 코치님처럼 저도 은퇴식 할 수 있는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했다.
외인 한 명 없어도 5선발이 굴러간다

박준현의 합류로 키움 선발진의 그림이 완성됐다. 알칸타라-안우진-배동현-하영민-박준현으로 이어지는 5인 로테이션인데, 외국인 선발이 와일스 한 명 빠진 구멍을 고졸 신인이 메운 셈이다.

그것도 데뷔전 무실점으로. 안우진은 복귀 세 경기 만에 160.3km를 찍으며 리그 최고 구속 기록을 갈아치웠고,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배동현은 이미 4승 무패 ERA 2.61로 리그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알칸타라도 ERA 2.56으로 안정적이고, 하영민은 묵묵히 선발 한 축을 맡아주고 있다. 타 팀 선발진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구성이다.
타선만 롯데 수준 아니면 진짜 무서운 팀

문제는 타선이다. 선발진이 이 정도 투구를 해줘도 키움이 10승 15패에 머문다는 건, 그만큼 타선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도 키움은 박준현이 5이닝을 막아주는 동안 타선이 만들어낸 득점은 고작 2점이었다.

삼성이 8안타 4볼넷에 상대 실책까지 더해 12명의 주자를 내보내고도 한 점도 못 뽑은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낫지만, 선발진이 매 경기 1~2점 지원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
비자 문제가 해결돼 로젠버그까지 합류하면 선발진은 6명이 된다. 타선이 받쳐준다면 지금 순위와 전혀 다른 팀이 될 수 있다는 게 키움을 과소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