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보니엠(Boney M)의 Sunny 반주에 맞춰 자신도 모르게 발끝을 튕기며 아련한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5060 세대의 가장 찬란했던 청춘과 향수를 그대로 소환해낸 영화 《써니》의 주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수줍은 소녀 나미는 사투리 때문에 놀림감이 될 위기에 처하지만, 학교를 주름잡는 의리파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깁니다.
의리로 묶인 일곱 명의 소녀들은 보니엠의 노래 제목을 따 동아리 이름을 써니로 정하고 영원한 우정을 맹세합니다.
서로가 있어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여고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명곡들은 중장년층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첫사랑의 설렘을 깨우는 리차드 샌더슨의 Reality, 롤러스케이트장의 열기를 담은 보니엠의 Sunny, 감성을 자극하는 조덕배의 꿈에 등 전주만 들어도 아련해지는 80년대 대표 음악들이 극의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25년의 시간이 흘러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에 치여 살던 주부 나미의 현재 조명은 오늘날 5060 세대의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정작 자신의 이름과 꿈을 잊고 살아온 수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에게 깊은 울림과 공감을 전하며, 스스로도 누군가의 주인공이었음을 일깨워줍니다.

우연히 병원에서 암 투병 중인 옛 리더 춘화와 재회한 나미는 죽기 전에 써니 멤버들을 다시 다 모아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월의 무게는 달라도 눈빛 하나로 통하는 단짝들의 변치 않는 우정이 뜨겁게 그려집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송별식은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약속했던 춤을 추며 서로의 삶을 축복하는 장면으로 채워집니다.
세월을 견뎌내며 살아온 스스로의 인생을 다독이고, 지나온 청춘과 현재의 삶 모두가 소중하고 멋졌음을 확인시켜 주는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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