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계장이 휴직하면 내 월급 올려준대요… 육아휴직 천국 이 회사 가보니
휴직자 업무 동료가 부담땐
매달 최대 10만엔 ‘응원수당’
“동료에 피해준다는 부담덜어”
한명 출산할때마다 200만엔
보수적인 日문화 극복 위해
‘28일 이상 휴가’ 강제조항
건물 안을 들어서자 최근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ONE’ 대형 전시물이 기자를 반겼다. 반다이와 함께 일본 완구업체 양강으로 불리는 다카라토미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1924년 창립해 올해로 100년을 맞은 다카라토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완구업체다. 트랜스포머와 토미카는 어른들도 수집하는 장난감이 되어버렸고, 팽이게임으로 얕봤던 베이블레이드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 실력자들이 겨루는 스포츠 경기가 됐다.
소라큐(Sora-Q)로 불리는 이 로봇은 뒤집힌 채로 달에 착륙한 슬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전송해 주목받았다. 해당 제품은 현재 다카라토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카라토미 장난감으로 가득한 회의실에서 만난 구리하라 쇼타 인재전략실 실장은 “100년을 맞은 시점에서 회사의 미래 비전 선언 못지않게 직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며 “고민의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파격적인 출산수당”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선보인 다카라토미의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 핵심은 아이 한 명 출산에 200만엔(약 1810만원)의 축하금을 주는 것이다. 쌍둥이를 낳으면 두 배인 400만엔이다. 아이를 낳는 경우뿐 아니라 입양도 해당된다.
나카무라 마키 DEI추진부 부장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비용을 이유로 결혼·출산 등을 꺼리는 것을 막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별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출산 시 무조건 200만엔 지급”이라고 강조했다.
나카무라 부장은 “일본 기업의 보수적 분위기 속에서는 출산했다고 해도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길게 쓰기가 어렵고, 남성은 아예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며 “육아란 여성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가 고르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육아휴가 강제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의 육아 휴직은 보수적이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7.1%에 불과하다. 그나마 역대 최대치다. 여성도 80.2%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도 2022년 기준으로 남성 육아휴직률이 6.8%에 불과해 한일 모두 남성 육아 휴직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일본 정부는 내년까지,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이를 5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다카라토미의 출산 축하금은 지난 7월 도입돼 아직까지 이를 받은 직원은 없다. 출산 기준을 1년 소급해 적용하고 있어 향후 6개월 이내에 10명 정도가 이를 받게 된다고 한다.
출산 축하금 못지않게 눈에 띄는 다카라토미의 정책은 ‘응원 수당’이다. 일본은 ‘메이와쿠(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민폐)’를 극도로 꺼리는 사회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육아휴직도 메이와쿠와 연결된다. 최근 일본 정부 조사에서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이유로 급여 문제와 함께 메이와쿠가 꼽혔다. 내가 휴직할 때 주변 동료가 내 일을 대신해야 하는데, 이러한 폐를 끼치는 것이 미안하다는 것이다.
나카무라 부장은 “육아 휴직을 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게, 대신 일을 하는 사람도 즐겁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며 “고민의 결과로 나온 것이 휴직자 급여 일부를 대신 일하는 직원에게 주는 응원 수당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출산과 육아휴직을 모두 마친 남성 사원인 고토 유타 TCG사업부 상급주임은 “큰돈의 출산 축하금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지만 내가 쉴 때 대신 일을 해 준 직원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육아 휴직 기간이 불편하지 않았다”며 “회사 일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달간 고토 상급주임의 일을 대신했던 와타나베 주임은 “일을 한 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자 책임감을 느꼈다”며 “신규 카드 게임을 출시하는 시기라 3주간 야근했었는데 억울하다는 느낌을 전혀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리하라 실장은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줄고 맞벌이 가구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기업의 의무”라며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을 더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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