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로드(Claude)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의 한국 법인 초대 대표로 선임된 최기영 대표는 앤트로픽의 강점으로 '특정 산업에서의 플랫폼 경쟁력'을 꼽았다.
앤트로픽은 27일 최 대표를 한국 법인의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최 대표는 이날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오픈AI·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최근 AI 시장은 프론티어 모델(Frontier model·성능 최전선의 AI 기초모델) 간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며 "(앤트로픽은) 클라우드 보안이나 중소기업 특화 상품처럼 버티컬(vertical·특정 산업·규모를 겨냥한 특화) 영역의 플랫폼 구축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고객에게 산업별 솔루션 플랫폼을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발언은 앤트로픽의 최근 행보와 맥락이 닿아 있다. 앤트로픽은 이달 13일 중소기업 대상 AI 패키지 '클로드 포 스몰 비즈니스(Claude for Small Business)'를 선보였다. 별도 정보기술(IT) 전문 인력 없이도 급여 관리, 대금 청구, 마케팅 캠페인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15개의 에이전틱(agentic·AI가 스스로 판단해 업무 흐름을 자율 실행하는 방식)과 15개의 재사용 가능 스킬을 제공한다. 퀵북스(QuickBooks), 페이팔(PayPal), 허브스팟(HubSpot), 캔바(Canva), 도큐사인(DocuSign), 구글 워크스페이스, 마이크로소프트 365 등 기업들이 이미 쓰고 있는 툴들과 연동된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겸 사장인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는 출시 당시 "중소기업은 미국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대기업만큼의 자원을 가진 적이 없었다"며 "AI는 이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첫 번째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앤트로픽의 행보는 최 대표가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합류를 결심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최 대표는 최근까지 스노우플레이크 한국 총괄을 맡고 있었다. 그는 스노우플레이크를 떠나 앤트로픽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앤트로픽의 정식 법인명은 '앤트로픽 퍼블릭 베니핏 코퍼레이션(Anthropic Public Benefit Corporation)'"이라며 "AI 시대에 안전한 AI, 그리고 공익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합류의 주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구글 클라우드, 어도비, 오토데스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한국 사업을 총괄하며 한국·아태지역에서 30년 넘게 기술 기업을 이끌어온 그가 단순한 AI 기업이 아닌 '공익 추구형 AI 기업'을 선택한 셈이다.
앤트로픽이 서울 오피스를 여는 배경에는 한국 시장의 이례적인 성장세가 있다. 앤트로픽이 올해 3월 발표한 '경제 지수(Economic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클로드 사용량은 인구 규모 대비 기대치의 3.5배를 웃돈다.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는 클로드 기반 AI 법률 어시스턴트로 변호사들의 리서치·문서 작성 시간을 줄였다. SK텔레콤은 클로드를 활용한 맞춤형 AI 고객 서비스 모델을 운영 중이다. 최 대표는 "한국은 하드웨어 혁신성, 개발자 생태계, 기업의 AI 도입 수준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AI 시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앤트로픽 고위 임원진은 수 주 내 방한해 오피스를 정식 설립하고 주요 고객사와 만날 예정이다.
앤트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진이 창업한 AI 연구개발 기업이다. '안전하고 해석 가능하며 제어 가능한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2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와 코어튜(Coatue) 주도로 300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시리즈G 투자를 유치했다. 이 라운드 기준 기업가치는 3800억 달러(약 571조원)에 달한다. 올해 4월 기준 연간 반복매출(ARR)은 300억 달러(약 45조원)를 돌파했다. 연간 100만 달러(약 15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 고객 수는 시리즈G 투자 유치 발표 이후 두 달 만에 500개에서 1000개 이상으로 두 배가 됐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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