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처럼 보이고 싶어”⋯젤리버킨 열풍에 담긴 소비심리

홍선혜 기자 2026. 5.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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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품’은 아니지만 명품과 비슷한 ‘듀프’ 제품 인기
양극화 속 ‘명품 분위기’ 내는 이미지 소비 영향
젤리 버킨백을 들고 있는 2030세대를 생성형 AI 챗 지피티를 통해 구현한 이미지. 편집자 홍선혜 기자

“젤리 슈즈도 아니고 젤리 버킨?”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의 상징적 명품 가방 ‘버킨백’이 최근 PVC 소재의 수만원대 ‘젤리백’으로 재탄생하며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희소성과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버킨백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재해석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젤리버킨백은 디자인이 에르메스 버킨백을 연상시키지만 PVC·실리콘 등 가벼운 소재와 몇 만원대 가격으로 접근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SNS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름 코디 아이템’, ‘가성비 명품 감성’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SNS에 명품 가방 대신 젤리버킨백을 활용한 스타일링 콘텐츠를 올리기도 한다.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최근 한 달간 ‘젤리백’ 검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9% 증폭했고 거래액 역시 467%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듀프(Dupe)’ 소비문화를 꼽는다. 듀프는 ‘복제하다(Duplicate)’의 줄임말로, 고가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분위기나 디자인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낮춘 대체 상품을 뜻한다. 

브랜드 로고까지 그대로 베끼는 ‘짝퉁’과 달리 디자인 요소와 분위기만 차용해 가성비 소비를 겨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명품을 패러디하거나 일부 디자인 요소만 차용한 소비 트렌드는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로고나 이미지를 프린팅한 가방과 티셔츠 등이 유행처럼 번진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재미 요소나 패러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듀프 소비는 실제 명품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보다 정교하게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듀프 상품의 인기에는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양극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명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SNS를 중심으로 한 과시 소비와 인증 문화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명품 자체를 소유하기보다 ‘명품처럼 보이는 분위기’와 이미지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도 한 몫 했다. 예를 들어 “자라에서 프라다 옷 입기”, “SPA 브랜드로 명품 스타일링 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이 같은 소비가 명품의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 자체를 지나치게 가볍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버킨백 자체의 역사성과 의미보다 ‘SNS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 이다.

일각에서는 듀프와 모방 소비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고만 없을 뿐 특정 브랜드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디자인 자체가 사실상 ‘짝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과거 에르메스 디자인을 차용한 이른바 ‘눈알 가방’ 업체들이 상표권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젤리 버킨백처럼 듀프 소비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고물가 기조와 SNS 중심 소비 문화가 맞물린 영향도 있다”며 “최근에는 자신의 소비 수준에 맞춰 특정 브랜드의 무드와 스타일을 경험하려는 소비 형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