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어떤 연락 없었다”···이태원 참사 호주 유가족 특조위 첫 진정
“연락받지 못한 2년 동안 한국 정부는 해외 피해자 유족에게 관심이 없다고, 이 문제가 한국 정부에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호주 캔터베리에 거주하는 조앤 래치드씨는 2년 전 한국 이태원에서 딸 그레이스(사망 당시 24세)를 잃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프로덕션에서 일하던 딸은 친구를 만나러 찾은 한국에서 참사를 당했다. 참사 이후 래치드씨 가족은 한국 정부의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의 한 골목길에서 압사로 인한 대규모 인명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일러주는 한국 정부의 메시지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25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사무실을 찾은 래치드씨 곁에는 장녀였던 그레이스의 동생 이자벨과 레베카, 친척 사라가 함께 했다. 래치드씨 가족은 비행기로 10시간30분 걸려 찾아온 특조위 사무실에서 “그레이스가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고 싶다”며 진상규명 조사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난 2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1호 진정을 낸 이후 두 번째 진정이자, 개별 진정으로는 국내외를 통틀어 첫 번째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중 외국인은 14개국 출신 26명이다. 래치드씨는 경향신문에 외국인 유가족으로서 한국 정부의 “소통 부족과 행동 부재”가 뼈아팠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로부터 그 어떤 답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2주기를 맞아 유가족 인터뷰를 엮은 책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창비)를 보면 래치드씨는 “그동안 단 한 명도 우리가 어떤지 확인하지 않았다”며 “호주로 돌아온 이후엔 한국대사관에서만 절차적으로 마무리할 게 있다며 연락 온 것이 다였다”고 밝혔다.
래치드씨 가족은 1주기에 즈음해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를 펴낸 출판사 창비에 연락해 어렵게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에 연락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책에서 래치드씨는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다시 일어나지 않게 조치해주길 원한다”며 “그냥 미안하다는 말만 듣고 끝날 수 없다. 그보다는 가치 있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렵게 한국을 찾은 가족들의 조사 신청서를 접수한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철저히 조사해 아픔을 위로하겠다”며 “진정을 접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연한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거듭 말하던 래치드씨는 잠시 눈물을 보였다. 그는 “마음의 치유를 위해 한국에 온 것도 있지만, 사실 많이 걱정됐었다”며 “그레이스에 대한 기억을 꺼내고, 말을 하고, 어떤 조사가 부족한지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 모든 일이 잘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진정서 접수를 마친 후 래치드씨 가족은 11월9일생인 그레이스와 10월에 생일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별들의집’으로 이동했다. 언니를 추모하러 떠나는 동생들의 한쪽 가슴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의미하는 ‘보라색 별’ 배지가 달려 있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118164000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022052045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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