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 속 경기침체 고심… 파월 “두어 차례 더 금리인상 필요”

박영준 2023. 2. 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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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기준금리 0.25%P 인상
한·미 금리격차 1.25%P로 확대
韓 물가도 5.2% 껑충… 부담 커져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이어진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속도를 조절 중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탓에 긴축 재정 기조는 여전하지만 경제침체 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하는 각국 재정당국이 그 수준을 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신화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일(현지시간) 올해 첫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0%에서 연 4.50∼4.75%가 됐다. 2007년 이후 최근 16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다. 그는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절하게 제한적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두어 차례 더 인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이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까지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지만, 직전 회의인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돌입했고, 이날 또다시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낮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원자재와 공급망 불안 등의 악재가 여전한 데다 전황의 전개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유지 입장에도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인상이 어느 수준에서 멈출지에 쏠리고 있다.

한국 통화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미 기준금리 상단 기준)에서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 금리차와 여전한 고물가 추세를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심화하고 있다.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채소 매대. 연합뉴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했다. 전월(5.0%) 대비 물가 상승폭이 0.2%포인트 올랐다. 물가 상승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이다.

물가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는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세 가지 항목을 묶어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수출 부진 지속 등 실물 부문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둘기’ 날리는 美… 韓은 고물가·경기침체 대응 과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완화됐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일(현지시간)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리 인상 폭을 직전의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낮췄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 완화(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우리 통화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올해 첫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유에 대해 “연준은 어느 정도가 충분히 제한적인지에 대해 정밀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금리 인상 속도를 0.25%로 늦춘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확인되고, 지난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지속한 만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그간의 정책 효과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세는 확연히 완화 추세를 보인다. 미 노동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하며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상승률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연준의 목표 물가상승률인 2%보다는 아직 한참 높다.

이는 파월 의장이 시장에서 기대한 통화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은 이유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12월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했다가 재개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이를 고려하거나 자세히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FOMC가 인상 중단을 결정할 시점에 임박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연준의 책무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한 차원 높은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에 따라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문제를 동시에 다루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 미국 긴축 기조 등도 고려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금통위가 지난달 13일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며 한·미 금리 역전차(미 기준금리 상단기준)는 1%포인트로 줄었으나, 이날 미 FOMC 결과로 다시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파월 의장이 “두어 번 더(a couple more)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및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점은 한은 행보의 보폭에 일정 여유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계속돼 금리 격차가 굉장히 커질 때 생길 수 있는 금융안정에 대한 걱정 등을 같이 고려하면서 결정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세종=이희경 기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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