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제2의 인생이었다… 지금은 눈물만 남았다

시험부터 개업까지 버텼건만, 시장은 냉랭했다

한때는 ‘국민 자격증’이었다

공인중개사는 한동안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40~50대의 대표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직업을 찾던 중장년층, 부업을 찾는 직장인, 그리고 부동산 붐을 기회로 삼고자 했던 수많은 수험생들이 매년 몰려들었습니다.

실제로 2021년에는 무려 27만명이 넘는 인원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죠. 하지만 지금, 이 자격증을 둘러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3월 신규 개업자, 1000명도 안 됐다

2025년 3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발표한 통계는 시장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3월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924명. 이는 월별 통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월 개업자가 1000명 아래로 떨어진 기록입니다.

보통 봄 이사철은 중개업의 성수기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그 흐름조차 끊겼습니다. 1분기 전체 개업자 수도 272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3000명 선이 붕괴됐습니다.

폐업은 늘고, 시험 응시자도 줄었다

눈에 띄는 것은 폐업자 수의 증가입니다. 이미 개업한 중개사들조차 영업 환경이 너무 어려워 문을 닫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2024년 12월에는 1472명이 폐업했고, 2025년 들어서도 매월 1000명에 가까운 폐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는 2024년 기준 15만4669명으로, 8년 만에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한때 ‘대박’ 자격증으로 불렸던 시험에 대한 관심마저 식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장 큰 원인, 부동산 시장 불황

이처럼 중개업계에 냉기가 감도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불황입니다. 2024년 기준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약 100만 건으로, 전년도보다 8.8% 줄어들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안에 있는 부동산 숫자보다 거래가 더 적다”고 말할 정도로, 중개 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거래가 없으니 수수료도 없고, 결국 자격증이 있어도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버티고 싶어도 사무실이 안 나간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폐업조차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권리금 회수는커녕 사무실 임대 계약조차 해지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중개사들도 많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사무실이 나가지 않아 문을 닫고 싶어도 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고금리,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 외부 환경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개업계를 옥죄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자격증 준비했을 텐데”

누군가는 몇 년간 공부해 어렵게 따낸 자격증이 이제 무용지물이 됐다며 허탈함을 토로합니다.

자격증 하나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은, 시장의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지기 일쑤입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은 순환적 구조이기에 언젠가는 회복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공인중개사라는 자격증을 들고 생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너무 멀게 들릴 뿐입니다. 시험보다 어려운 건, 자격증 이후의 생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