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우주연구원 문 연다…“한국에 없던 우주 기술 도전”

대전=이병철 기자 2024. 9. 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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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 원장
“우리별 1호 귀환 추진, 우주탐사에 필수 기술”
인재 양성, 산학연 협력 소통 창구 역할도
한재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우주연구원 초대 원장이 30일 대전 본원에서 열린 'KAIST 우주연구원 개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별 1호의 귀환 임무를 위한 능동제어 위성을 시작으로 한국의 우주 탐사·개발을 위한 선도적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한국과학기술원

한재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우주연구원 초대 원장은 30일 “KAIST는 그간 우주 분야에서 한국 최초의 기술을 시도해왔다”며 “우주연구원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우주쓰레기 처리, 도킹처럼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날 대전 KAIST 본원에서 열린 우주연구원 개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임무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KAIST는 이날 오후 우주연구원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우주연구원의 출범을 선언했다.

KAIST 우주연구원은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새로운 우주 임무와 기술 연구를 위해 만든 대학 산하 연구기관이다. KAIST는 인공위성연구소를 중심으로 인력 양성을 위한 우주기술혁신인재양성센터,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우주기술관련연구소, 산학협력터를 신설해 우주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AIST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1992년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개발해 발사한 이후 현재까지 국산 인공위성 개발을 주도해왔다.

KAIST 우주연구원도 인공위성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첫 출발은 우리별 1호 위성의 지구 귀환 임무다. 우리별 1호는 발사 이후 12년간 임무를 수행하고 2004년 지상국과 교신이 끊겼다. 현재는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잔해물이 돼 고도 1300㎞에서 계속 공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원장은 “우리별 1호 귀환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능동제어 위성 설계를 시작했다”며 “능동제어 위성은 우주쓰레기 처리와 회수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능동제어 위성은 다른 위성이나 소행성에 근접해 비행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장비다. 현재는 소행성 탐사에 주로 활용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위성에 연료를 보급하거나 고장 수리, 궤도 변경을 위한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KAIST 우주연구원은 2028년까지 능동제어 위성을 개발해 우리별 1호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시도를 할 예정이다.

한 원장은 “한국은 아직까지 우주 공간에서 랑데부, 도킹을 해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우주 탐사와 개발에 필요한 선행 기술을 개발한다는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랑데부는 우주 공간에서 두 물체가 서로 비행 방향과 속도를 일치하는 기술을 말하고, 도킹은 두 우주 물체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한 원장은 우주청이 올해 출범하면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꼽은 제4 라그랑주점(L4) 탐사를 주력 임무로 꼽은 만큼, 필요한 기술도 KAIST 우주연구원이 단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원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본격적인 탐사 임무 전에 각 센터에서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가령 L4 탐사선도 길이 5m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펼쳐야 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시도해본 적 없는 기술”이라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은 실패 가능성이 큰 임무에 도전하기 어려운 만큼 대학인 KAIST에서 선행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우리별 발사 30주년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인공위성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KAIST 우주연구원은 첫 임무로 우리별 1호의 지구 귀환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선다./뉴스1

KAIST 우주연구원은 소행성 탐사 임무의 전문가인 대니얼 쉬어레스(Daniel J. Scheeres)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를 부원장으로 초빙했다. 쉬어레스 부원장은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나사의 다트(DART,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 임무, 일본 최초의 소행성 탐사였던 하야부사 임무의 설계에 참여한 인물이다.

쉬어레스 부원장은 “KAIST 우주연구원은 다른 한국의 우주 연구 기관에 비해 작더라도 다양한 임무에 참여할 수 있다”며 “대학이라는 환경을 활용하면 해외 협력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우주연구원은 자체적인 우주 임무를 수행하면서 앞으로 국내 우주 개발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과 기업 지원에도 나선다. 정부는 대전과 경남 사천, 전남 고흥을 세 축으로 하는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 체제를 통해 우주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은 그중 인재 양성을 맡도록 했다. 대전 지역의 중점 센터는 KAIST 우주연구원의 우주기술혁신인재양선센터가 지정될 전망이다. 한화, 페리지항공우주 같은 우주 기업과의 협력 센터도 우주연구원 내부에 설치해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 개발을 돕기로 했다.

한 원장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해온 만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우주기술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며 “우주연구원은 KAIST 교수들과 산업계 사이의 소통 창구가 돼 서로의 필요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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