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에 두부까지... 흑백요리사 열풍에 풀무원 함박웃음
외식 업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에 협찬사로 참여한 풀무원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8일 최종화와 함께 공개된 11화에서 '무한요리지옥'의 메인 재료로 두부가 쓰이면서다. 풀무원은 관련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선두기업이다.
풀무원은 이번 시리즈에 공식 협찬사로 참여했지만 협찬 제품은 두부가 아닌 생수였다. 하지만 ‘풀무원샘물’이 회차마다 자주 노출된 덕분에 ‘두부지옥’ 편을 보고서도 풀무원이라는 기업이 연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부 자체는 물론 ‘두부=풀무원’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광고 효과까지 톡톡히 누린 셈이다. 두부의 고급화를 꾀하는 풀무원이 이를 계기로 단가 상승 등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0일 풀무원에 따르면 생수법인 풀무원샘물은 ‘흑백요리사’에 생수를 공식 협찬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이 풀무원샘물 제품을 조리에 사용하거나 직접 마시는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흑백요리사'는 국내외 100인의 요리사가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며 실력을 겨루는 12부작 콘텐츠다. 지난달 17일 첫 공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 TV 비영어권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두부지옥 미션이 등장한 것은 톱 8인이 남은 세미파이널 라운드였다. 8명 중 결승에 올라갈 1명이 생존할 때까지 두부를 주재료로 새로운 메뉴를 선보여야 하는 게 이 회차의 골자다. 이 과정에서 수십 가지 레시피가 소개되자, 두부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업계 1위 풀무원의 사업적 기대로 이어진 것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샘물법인인 풀무원샘물에서 생수 제품을 지원한 것일 뿐”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국 전통 재료인 두부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노출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생존 게임에서 사용된 두부는 풀무원이 아닌 다른 업체 것이었다.
사업은 타이밍... ‘킥’이 절실했던 풀무원
풀무원은 현재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수년째 매출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두부(나물류 포함) 매출은 △3204억원(2021년) △3162억원(2022년) △3182억원(2023년) 수준으로 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올 상반기에도 1604억원에 그쳤다.
더구나 점유율까지 하락세를 보여 풀무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었다. 닐슨 RI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7.8%로 과반에 육박했던 국내 두부 시장 점유율은 이듬해 45.0%로 떨어진 뒤 2021년 42.2%, 2022년 40.9%를 거쳐 지난해 38.6%로 하락하며 40% 벽마저 무너졌다.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 사업도 녹록지 않다. 2016년 미국 업체 비타소이의 두부 사업을 인수하며 현지 시장 1위로 올라선 풀무원 미국법인과 2014년 일본 아사히식품의 두부 사업을 사들여 설립된 일본법인 모두 적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해외사업장의 누적 순손실은 풀무원USA가 846억원, 일본 아사히코가 464억원이었다.
다만 두 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꾸준히 넓혀온 점은 이번 '흑백요리사'의 인기와 맞물려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 성장을 거듭한 미국법인은 올 1분기 기준 두부 제품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길로이 공장 증설로 원가 개선에도 성공했다. 일본의 경우 ‘두부바’를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이타마현 북부에 위치한 교다 생산공장의 두부바 생산라인이 2022년부터 총 3회에 걸쳐 증설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월 200만개 이상의 두부바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 7월 기준 총 16종의 두부 라인업을 갖췄다.
고급화 도약 가능할까
'흑백요리사'의 파인다이닝 이미지를 빌려 향후 프리미엄 두부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 역시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다. 그간 비교적 저렴한 단가로 내실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식물성 단백질 시장 확대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활발한 연구는 고급 식재료 도약의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올 7월 말 수제두부 라인업을 리뉴얼하며 선제적으로 두부의 고급화를 강화한 점은 긍정적이다. 이의 일환으로 풀무원은 지난해 8월 국산콩 두부에 들어가는 콩을 1등급에서 특등급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리서치 총괄은 “두부는 무색무취한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로 다양한 육류요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식재료”라며 “서구권 소비자들은 두부를 동물성 단백질 대체제로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북미, 유럽에서 두부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두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거나, 압착 후 그 안에 결을 집어넣어 치즈 또는 닭가슴살 같은 식감을 구현하려는 시도 등이 활발하다“며 "다양한 식재료로 쓰일 수 있는 일련의 연구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두부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