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속 구단과 싸우면서까지 모든 선수들이 가려고 하는 팀?

김세훈 기자 2025. 9. 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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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사비 알론소 감독(가운데)이 지난달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라리가 마요르카전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AP



세계 축구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FA) 이적’은 흔히 구단보다는 선수에게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도구로 불린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 가장 빛나는 주인공은 언제나 레알 마드리드다. 레알은 최근 몇 년간 자유계약 시장을 완벽히 활용하며, 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꿈의 무대’라는 위상을 다시금 입증했다고 3일 BBC가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5년 중 4년을 자유계약 시장의 승자로 기록했다. 2021년 다비드 알라바(바이에른 뮌헨), 2022년 안토니오 뤼디거(첼시), 2024년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에 이어 올해는 리버풀의 핵심인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품었다. 원래 내년 여름 자유계약으로 합류할 예정이던 아놀드는, 클럽월드컵 출전을 위해 단 840만 파운드라는 ‘상징적 이적료’로 이적이 앞당겨졌다. BBC는 “이는 단순히 ‘공짜 영입’이 아니라, 바이에른·첼시·PSG·리버풀 등 유럽 거함들의 주축 선수를 계약 만료까지 기다려 끌어온 결과”라며 “자유계약 시장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전략적으로 이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라리가 해설위원 필 키트로밀리데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레알의 부름은 어떤 선수도 거부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 어떤 팀을 응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순간이 선수 커리어의 정점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아놀드 역시 ‘보이후드 클럽’인 리버풀을 떠나며 레알을 선택했다. 그는 다른 어떤 클럽이라면 이적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알의 압도적 전통, 무조건적인 우승 지상주의, ‘2등은 의미 없다’는 철학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물론 자유계약은 항상 성공만을 보장하지 않는다. 조너선 데이비드가 올여름 릴을 떠나 유벤투스와 계약한 것은 성공적 사례로 꼽히지만, 같은 팀 동료였던 안헬 고메스는 재계약 거부 의사를 밝힌 뒤 곧바로 출전 기회를 잃었다. 구단, 팬, 감독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선수 대리인 리암 보우스는 “자유계약은 일종의 도박”이라며 “새 구단이 감독 교체나 예산 삭감으로 계획을 바꿀 수 있다.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레알의 자유계약 전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8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레알에 합류한 독일 국가대표 베른트 슈스터를 시작으로, 스티브 맥매너먼·미하엘 라우드럽·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등도 같은 방식으로 레알 유니폼을 입었다. 역사적 명장면도 있다. 2001년 솔 캠벨이 토트넘과의 계약을 끝까지 지킨 뒤 라이벌 아스널로 이적한 사건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자유계약으로 남아 있다. 당시처럼 선수는 계약을 지켜도 비난받고, 일찍 떠나려 해도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레알은 이런 혼란 속에서도 ‘최고의 종착지’라는 상징성을 무기로 늘 승자가 되어왔다.

앞으로도 레알의 행보는 주목된다. 2026년 계약 만료 예정 선수 가운데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와 존 스톤스, 바이에른 뮌헨의 다요 우파메카노, 바르셀로나의 프렌키 데 용, 아스널의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리버풀의 이브라히마 코나테, 크리스탈 팰리스 주장 마크 게히도 자유계약 가능성이 있어 이미 스페인 언론에서는 레알행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BBC는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는 늘 우승 트로피와 함께 써 내려왔지만, 자유계약 시장에서의 영리한 행보 또한 그들의 ‘영광의 역사’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이라며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꿈꾸는 유니폼, 그것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라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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