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코앞인데 ‘초록가을’…부산 단풍 언제쯤 물들까

박수빈 기자 2024. 10. 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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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대표하는 단풍이 갈수록 자취를 감춘다.

특히 매년 계속되는 폭염이 가을 더위까지 이어지면서 단풍 시작과 절정 시기가 한층 더 늦어지는가 하면 '붉은 단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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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늦더위 속 짧아진 가을…황령산 등 시내 아직 기미 없어

- 지난해 단풍나무 절정인 시기
- 2014년보다 17일이나 늦어
- 고온 지속 땐 물들기 전 시들어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이 갈수록 자취를 감춘다. 특히 매년 계속되는 폭염이 가을 더위까지 이어지면서 단풍 시작과 절정 시기가 한층 더 늦어지는가 하면 ‘붉은 단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울긋불긋한 단풍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진은 국제신문 취재진이 29일 항공촬영한 부산 금정산 범어사 일대 수목이 푸른 빛을 띠고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APEC나루공원. 11월을 코앞에 둔 가을이지만 공원 곳곳에는 푸른 빛이 감돌았다. 새빨갛게 단풍이 든 나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붉은 빛이 감도는 나무도 노란색, 초록색이 온 나무에 뒤엉켜 얼룩덜룩한 상태였다. 이곳에서 운동을 한다는 최모(62) 씨는 “몇 년 사이 단풍이 드는 시기가 확 늦춰진 것이 느껴진다. 10월이 거의 끝났지만 지금 나뭇잎 상태를 봐서는 가을이 왔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나루공원은 단풍이 참 아름다운 곳인데 그 경치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부산 황령산에도 새빨간 단풍 대신 물들다 만 얼룩덜룩한 나무가 대부분이었다. 가을비에 잎새가 떨어져 벌써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도 많았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가을 풍경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 시기는 2014년 10월 30일에서 지난해 11월 5일로 6일이, 절정 시기는 11월 9일에서 11월 23일로 14일이 늦어졌다. 같은 기간 단풍나무 역시 단풍 시작 시기가 11월 2일에서 11월 7일로 5일 밀렸고, 절정 시기도 11월 13일에서 11월 30일로 17일이나 늦춰졌다.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단풍 시기는 ▷단풍나무류(0.39일) ▷참나무류(0.44일) ▷은행나무(0.45일) 순으로 매년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기상청 ‘유명산 단풍현황’을 보면 이날 현재 국내 21개 유명산 중 ‘단풍 절정’ 단계에 돌입한 곳은 강원도 오대산뿐이다. 심지어 4개 산(내장·월출·두륜·한라산)은 여전히 ‘단풍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은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는 등 이상기후가 단풍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붉은 잎의 단풍이 아닌 빨간색이 군데군데 묻은 얼룰덜룩한 잎의 ‘반쪽 단풍’이 점점 많아지는 양상이다. 기온이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지면 나뭇잎 속 엽록소가 파괴되는데, 이때 엽록소보다 분해 속도가 느린 카로틴(노란색)과 안토시아닌(붉은색) 색소가 나타나며 단풍현상이 생긴다. 결국 올해처럼 늦더위가 이어지면 엽록소가 제대로 파괴되지 않아 단풍이 들지 않거나, 들더라도 초록빛이 남아 얼룩덜룩해진다. 뿐만 아니라 가을까지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 나무가 이를 견디지 못해 잎이 아예 말라버릴 수 있고, 그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떨어지게 된다.

부산대 김선태(식물생명과학과) 교수는 “가을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잎이 노랗게 말라버리는 황화 현상이 발생하거나, 아예 잎이 시들어 떨어지기도 한다”며 “해마다 가을 늦더위가 반복되면 나무는 새파란 잎을 유지하다가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갈색으로 말라버리며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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