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누른 토종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재무제표로 읽다
* 해당 글은 2022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공유오피스 시장은 크게 보면 3파전이에요.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이하 패파)가 치열하게 맞붙고, 3위 스파크플러스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요.
위워크는 2010년 뉴욕에서 출발해 전세계 38개국에 765개 지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예요. 그런데 한국 시장에선 존재감이 그리 강하지 않아요.
Chatper 1. 패스트파이브 VS 위워크, 전세 역전될까
패파와 위워크, 잣대에 따라 1위가 오락가락해요. 지난해까진 위워크코리아가 한국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단연 1위였어요. 지난 연말까진 운영 면적도 위워크가 패파보다 넓었고, 매출액도 20% 정도 더 많았거든요.
그런데 2022년 순위는 뒤집힐 게 거의 확실해요. 지점 수도 그렇고, 22년 8월 기준으론 운영 면적도 처음으로 추월했어요.
위워크는 2020년 신논현 지점을 마지막으로 2년 넘게 한국서 신규 출점이 없어요. 패스트파이브는 2021년에만 11개 지점을 냈고, 올해 7개 지점을 또 낸다는 거죠.
사실 위워크가 막 상륙할 때만 해도 이런 미래는 예측 못 했어요. 체급 차이가 너무 컸거든요. 패파가 부지런히 따라잡은 거죠.
그런데, 겉보기와 달리 패파가 영업이익에서 너무 뒤져요. 위워크는 2021년에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패파는 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어요. 근데, 장부를 꼼꼼히 보니 그게 아니에요. 공유오피스 재무제표는 웬만한 회계사들도 제대로 읽어내기가 힘들어요.
Chapter 2. 벤치마킹도 없이, 속도로 덤벼들었다
패스트파이브는 2015년 4월,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 서초점으로 출발했어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자본금을 댔죠. 20대에 배민·티몬·크래프톤을 발굴한 벤처 투자자 출신 박지웅 의장이 세운 회사예요. 박 의장이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와 손잡고 공유오피스 시장에 뛰어든 거죠.
82년생 박지웅 의장과 83년생 김대일 대표. 둘은 포항공대 창업 동아리 선후배였어요. 벤처투자 업계 출신이란 점도 같죠. 왜 공유오피스란 아이템을 골랐을까요? 시장이 크다고 판단했대요.
“유통부터 제조까지, 사업 아이템을 스무 개 정도 검토했거든요.
공유오피스가 가장 끌렸어요. 본능적으로 부동산이니까 시장이 클 거라고 느꼈어요. 멋없고 답답한 사무실에 젊은 세대가 불만을 가지는 것도 보였고요.”
공유오피스로 아이템을 정한 게 2015년 2월, 그리고 4월에 첫 지점 오픈. 첫 지점 임대 계약을 투어 다음날 했다니, 말 다 했죠. 가구는 창업 멤버 4명이 며칠 밤을 새면서 조립했어요.
너무 빨리 움직이느라 벤치마킹할 시간도 없었대요. 심지어 창업팀 중 미국 위워크 사무실을 실제로 가 본 사람도 한 명 없었다고 해요.
“부딪히면서 배우는 게 제일 빠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위워크는 사진으로만 공부했죠. 위워크 사진이 다 라운지 중심이어서 사실은 사무실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어요. 입주자들이 모두 공용 공간의 큰 테이블에서 일하는 줄 알았죠.”
첫 지점은 그래서 사무실이 따로 없었다는 충격적 사실! 입주사들이 둘러보러 와선 회의실로 마련한 공간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부랴부랴 사무실 공간을 꾸몄고, 나중에야 위워크도 사무실과 공용 공간으로 구획이 나뉜다는 걸 알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예요.
다행인 건 수요가 있었다는 것. 2015년은 스타트업 창업 붐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잖아요. 스타트업은 목돈이 없어서 사무실 2년 임대가 너무 부담스러운 조직이죠. 멋지게 인테리어 할 돈도 없죠. 그런 그들에게 공유오피스는 혁신이었어요. 한 달 단위로 계약하고, 가구도 사무실 안에 다 있고, 언제든지 사무실 크기도 바꿀 수 있어요. 디지털 광고를 돌리니 투어 문의가 쏟아졌대요.
패파는 탄력을 받아서 쭉쭉 지점을 늘려나가요. 문제는 자금 조달. 공유오피스가 생소한 개념이잖아요. 은행 대출도, 투자 유치도 쉽지 않았대요. 당시 유행하던 개인 간 대출로 돈을 끌어와 2호점, 3호점을 열었어요. 이 시장은 돈이 돈을 부르는 시장이에요. 한 지점을 열면 자금이 돌고, 그걸로 다시 다음 지점을 열었죠.
패파가 파죽지세로 다섯 번째 지점을 내던 2016년 하반기, 드디어 위워크가 상륙해요.
Chapter 3.‘뉴욕 감성’ 위워크 VS ‘한국형 서비스’ 패파
2016년 8월에 문을 연 위워크 강남역점, 그리고 2017년 2월에 연 위워크 을지로점. 스타트업 업계가 술렁거렸어요. 한 마디로 너무 예뻤어요. ‘이런 게 뉴욕 감성인가’ 싶은 룩앤필이었죠.
사진만 봐도 확연히 달라요. 그 당시 패파 사무실은 깔끔하다는 정도였다면 위워크 인테리어는 '넘사벽' 수준이었어요. 과감한 컬러,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패턴, 뉴욕에서 직접 공수해 온 가구와 조명... 패스트파이브조차 충격을 받았대요.
“솔직히 충격이었어요. 너무 고급스러웠거든요.
원목 바닥재를 쓴 게 신기해서 앉아서 만져보고 그랬어요. 저도 박지웅 의장도 인테리어를 몰랐잖아요. 나름대로는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게 저도 느껴졌어요.”
그때 업계에선 위워크와 패파를 아이폰과 갤럭시, 스타벅스와 이디야에 비유하곤 했어요. 감각도 달랐지만 투자 규모도 달랐죠. 위워크는 인테리어에 엄청난 돈을 썼거든요. 위워크가 가구부터 소품까지 모두 미국에서 공수했다는 건 유명한 얘기예요. 심지어 뉴욕 인테리어팀이 한국에 와서 설계부터 시공을 지휘하기도 했죠. 당시 위워크가 인테리어에 쓴 평당 비용은 400만원이 넘은 걸로 알려져 있어요. 패파 인테리어 비용은 절반 남짓이었죠.
무서운 자금력. 물론 인테리어에만 투자한 건 아니에요. 위워크는 엄청난 속도로 확장해요. 2018년에 7개 지점, 1만3267평의 공간을 오픈해요. 점당 평균 면적이 1900평! 대형 빌딩 매물을 싹쓸이하듯 집어삼킨 거에요. 같은 해 패파는 5개 지점, 4690평의 공간을 새로 연 데 그쳤어요.
이렇게 무섭게 성장하던 위워크. 왜 2020년 신논현점을 마지막으로 신규 출점이 없을까요. 심지어 2018년에 떠들썩하게 오픈했던 종로타워점은 지난해 폐점했죠.
물론 2019년 글로벌 본사가 부실 이슈에 휩싸인 것도 적잖은 충격이었지만, 업계에서는 로컬라이제이션, 즉 한국화에 실패한 게 더 큰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어요.
“한국인들이 보기엔 서비스가 너무 느리고 융통성이 없었어요.
예를 들면 초기 사무실 벽이 투명한 유리였거든요. 한국인들이 그렇게 노출된 채 일하는 데 익숙하지가 않잖아요. 불투명 시트지를 붙여달라고 해도 결정이 빠르게 내려지지 않더래요.
사무실 별로 냉난방이 되지 않는 것, 인터넷이 먹통이 돼 매니저를 찾아가면 ‘온라인으로 접수하라’고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것들이 한국인 정서에 안 맞았죠.”
반면 패파는 속도감있게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갔어요. 인터넷 고장, 건물 손상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사내에 아예 전산팀과 인테리어 공사팀을 꾸렸죠.
“‘애플은 세상을 창조하고, 삼성은 그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는 얘기가 있죠.
패파가 빠르게 위워크를 따라하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은 게 순위를 뒤집은 비결이라고 봅니다. 월마트가 한국에서 이마트 못 이긴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패파의 성장엔 ‘가성비’ 전략도 한몫 했어요. 브랜드와 디자인이 밀리는 만큼, 기능이 충실한 사무실을 상대적으로 싸게 빌려준 거죠. 패파는 평균 공실률을 3% 이내로 유지하는 전략으로도 유명해요. 한때는 적극적 할인으로 패파 입주료가 위워크의 절반 정도이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땐 위워크 입주가 성공한 스타트업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죠.
지금은? 패파가 성장하면서 임대료 격차가 많이 줄었대요. 2021년 패파의 20인 이하 사무실 1인당 객단가는 41만 8649원. 전년보다도 10.7%나 늘었어요. 매출 상승세가 지점 확장세보다 더 가파른 것도 이런 객단가 상승 덕이에요. 2021년 운영 면적이 2015년 대비 87.4% 늘어난 데 비해서 매출액은 같은 기간 128% 늘었거든요.
위워크를 앞선 패스트파이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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