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폭스바겐 골프 vs 푸조 308, 최고의 자동차를 찾아서


제목 고민을 많이 했다. 최고의 해치백보단 최고의 자동차란 표현이 더 끌렸다. 그 만큼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 308은 장르의 한계를 넘어, 실용적인 실내 구성과 탄탄한 주행 품질,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최신 커넥티비티 장비까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 동안 <로드테스트>가 진행했던 비교시승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동시에 어려웠던 비교였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서동현 기자

두 브랜드에서 가장 잘 만드는, 자신 있는 자동차

지난 수십 년간 세대변화를 거친 두 맞수는 폭스바겐과 푸조,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자 가장 ‘장수’ 모델이기도 하다. 골프는 1974년 1세대로 싹을 틔워 최근 8세대까지 진화했다. 골프의 핵심은 ‘해치백의 교과서’란 수식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 다부진 차체와 군더더기 없는 주행 성능,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세그먼트의 리더로 50년 간 군림해왔다.

이렇게 말하면 푸조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다. 푸조 300 시리즈의 역사는 1932년 301로 시작했다. 1936년 302, 1969년 304, 1977년 305, 1985년 309, 1993년 306, 2001년 307, 2007년 308 등으로 진화했다. 그 뒤론 308이란 이름을 현행 10세대까지 쓰고 있다. 푸조의 해치백 제조 실력은 모터스포츠 성적이 입증한다. 1981년부터 205 터보 앞세워 각종 랠리 무대를 주름 잡았고, WRC 제조사 우승 5차례, 월드 챔피언만 다섯 명을 배출했다. ‘한 지붕 식구’ 시트로엥의 트로피까지 합치면 더욱 빛난다. 이렇게 쌓은 해치백 제조 노하우가 308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①익스테리어 – 담백한 골프, 개성 강한 308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308의 훌쩍 큰 체격이 눈에 띈다. 차체 높이를 빼고 모든 부문에서 조금씩 더 크다. 반면, 골프의 몸집은 이전 세대와 거의 같다. 그 결과 트렁크 기본 용량은 308이 32L 더 넉넉하며, 2열 시트 접은 최대 용량 역시 86L 더 여유 있다. 단, 골프는 트렁크 안쪽 양 옆에 쇼핑백 걸이를 심는 등 주어진 공간을 실용적으로 쓰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두 맞수가 지향하는 스타일 차이도 뚜렷하다. 골프는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외모를 추구한다. 두툼한 C필러를 오랜 시간 계승해나가는 점도 포인트. 이처럼 오리지널리티를 이어가는 차종은 포르쉐 911, 지프 랭글러 등 몇 가지 없다. 물론, 7세대보단 화려하다(?). IQ.라이트의 LED 주간주행등은 엠블럼 중앙까지 이었고, 무빙 턴 시그널 방향지시등과 LED 테일램프도 한 몫 보탠다.




푸조 308(왼쪽) / 폭스바겐 골프(오른쪽)


푸조 308(왼쪽) / 폭스바겐 골프(오른쪽)

골프가 차갑고 이성적인 공학도의 정교한 작품 같다면, 308은 예술가의 펜 끝에서 나온 듯 감각적이다. 유채색을 이렇게 훌륭히 소화하는 차가 있었나? 입체적인 캐릭터 라인과 송곳니처럼 쭉 뻗은 주간주행등, 그릴 속 패턴과 그린색 차체 컬러가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도미노처럼 정교한 3D LED 리어램프와 새로운 방패 모양의 푸조 엠블럼도 눈에 띈다. 휠은 골프가 17인치, 308이 18인치이며 모두 225㎜ 타이어를 신었다.

②인테리어 – 화려한 308, 2열이 넓은 골프





골프는 언제 타도 편안하다. 눈에 거슬리는 자극적 요소가 없어 심리적으로 편하다. 소재가 고급스러운 차는 아니지만, 정석과도 같은 운전 자세, 모든 조작부가 손 뻗어 닿을 위치에 있는 인체공학 설계가 이 차의 핵심이다.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를 하나의 패널로 엮은 와이드 디스플레이, 무선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장치를 포함한 ADAS, 운전석 마사지 기능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푸조 308(왼쪽) / 폭스바겐 골프(오른쪽)


푸조 308(왼쪽) / 폭스바겐 골프(오른쪽)

반면, 308의 운전석에 앉으면 대형마트 비디오 게임 코너에 온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직경 작은 스티어링 휠과 승객을 아늑히 감싸는 대시보드, 계단식 센터페시아 구성, 세미 버킷 시트 등이 좋은 예다. 푸조는 항상 이랬다. 폭스바겐과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도 한층 감각적으로 실내를 디자인한다. 사소한 팔걸이 모양조차 평범하지 않다. 이 차 역시 골프와 거의 동일한 사양을 갖추되, 마사지 기능은 동반석까지 담았다. 대신 오토홀드가 없는 건 ‘옥의 티’다.



푸조 308(왼쪽) / 폭스바겐 골프(오른쪽)

그러나 2열 공간은 골프의 완벽한 승리였다.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시트의 착좌감 모두 골프를 탔을 때 편안했다. 특히 방석 길이가 넉넉해, 건장한 남자 성인도 이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다. 반면, 308은 ‘예쁜’ 시트 모양에 집중하느라 실용성은 조금 타협했다. 도어 포켓 역시 골프가 한층 넉넉했고, 스키스루 면적 또한 골프가 여유롭다. 2열에 승객 태울 일이 있다면 골프가 나은 선택이다. 단, 2열까지 ‘예쁜’ 스티치 박은 308에 계속 시선이 간다.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두 맞수는 모두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품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디젤이야?’라고 눈살 찌푸리는 소비자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두 차를 번갈아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차 시대 전환을 앞둔 현재, 기술적 정점을 찍은 내연기관이란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아직 설익은 EV와 비교하면 ‘숙성의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한다. 과거 디젤차는 높은 연비를 위해 소음‧진동은 타협해 사는 느낌이 짙었다. 반면, 최신 두 모델의 N.V.H(소음‧진동‧불쾌감) 대책은 상당히 좋다. 특히 정차 중 소위 ‘달달거리는’ 진동이 크지 않아 만족스럽다. 아래 주행성능 평가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지만, 과거 디젤 엔진처럼 고회전에서 맥이 빠지는 느낌 없이 맹렬하게 돌아가는 느낌도 좋았다. 단, 2열에서 느낀 진동은 골프를 탔을 때 한결 적었다.

배기량은 골프가 0.5L 더 높다. 최고출력은 골프가 150마력, 308이 131마력. 골프의 EA288 evo 엔진이 조금 더 ‘신상’이긴 하지만, 두 엔진 모두 까다로운 최신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한다.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골프가 17.8㎞/L, 308이 17.2㎞/L. 두 차 모두 실제 평일 출퇴근 환경에선 1L 당 18㎞ 대의 평균연비를 기록했고, 시속 80~100㎞ 항속 주행 환경에선 25㎞/L  까지 높이는 게 ‘식은 죽 먹기’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두 차 모두 100g/㎞ 초반으로, 요즘 가솔린 엔진보다 적게 뿜는다. 특히 골프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을 전보다 80% 줄였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구동계가 외면 받는 현실이 슬프다.

④주행성능 – 기술적 정점을 찍은 내연기관

통상 비교시승할 때 두 차종을 번갈아 타보면, 주행성능의 상대적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비교는 결이 달랐다. 두 차 모두 대단한 주행품질을 갖추되, 추구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여느 비교 평가보다 재미있었다.

골프는 고속주행 안정감이 매우 뛰어나다. 이렇게 작은 차의 직진 안정성이 대형 세단만큼 묵직하다는 점이 탈 때마다 놀랍다. 운전자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정확한 조향 반응,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깔끔한 코너링 등 뛰어난 균형감이 돋보인다. 굽잇길에서 진입속도를 과감히 높여도, 바깥 서스펜션이 든든히 받쳐주며 깔끔하게 궤적을 그려나가는 느낌이 아주 좋다.


그런데, 신형 골프는 과거의 독일차처럼 ‘탄탄함’만 앞세우진 않는다. 이전 7세대 골프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승차감이다. 단단한 감각을 밑바탕 삼되, 요철을 부드럽게 삼키는 능력을 한 스푼 더했다. 확실히 서스펜션의 품이 전보다 넓다. 또한, 이번 골프의 EA288 evo 엔진은 3,000rpm 이상 회전수 높여 달려도, 토크가 빠지지 않은 채 꾸준히 출력을 뽑아내는 느낌이 좋다. 전기차 시대를 앞둔 지금, 디젤 터보와 가솔린 터보의 경계는 희미하다.

반면, 308은 골프의 주행감각과 완전히 다르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길고, 콜라겐처럼 ‘야들야들’하다. 그런데 자세가 무너지진 않는다. 부드러움 끝에 존재하는 끈끈하면서 쫀득한 감각이 독특한 운전재미를 불러일으킨다. 항상 푸조를 탈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굽잇길에선 마치 스키가 활강하듯, 하중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달리는 느낌이 무척 재미있다. 고속주행 안정감 역시 골프만큼 뛰어나다. 저속에서 한 없이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이, 속도를 높일수록 진득한 감각으로 변한다.


사실 두 차는 알루미늄이나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의 고급 소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몇 가지 안 되는 기본 재료로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셰프처럼, 두 차의 ‘감칠맛’은 대단했다. 이러한 감각은 장수 모델의 노하우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즉, 주행성능 평가에서 두 맞수의 우열을 나누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두 대단한 밸런스를 지녔는데, 추구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비교가 재미있었다.

가속 성능은 의외로 큰 차이는 없었다. 골프가 21마력 더 높지만, 약 100㎏ 더 무겁기 때문이다. 다만 감각적인 부분은 골프가 좀 더 호쾌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재빠른 반응도 한 몫 톡톡히 보탰다. 150마력 뿜는 디젤 엔진이 폭스바겐 SUV에 들어갔을 땐 심심했지만, 다부진 골프의 차체엔 더 없이 충분했다. 무엇보다 진동 스트레스가 없어 만족스러웠다.

⑤총평

3일간 진행했던 비교 평가. 시승 내내 가벼운 흥분 상태였던 마음이 이상하게 슬프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세대 변화를 거치며 제대로 ‘숙성’시킨, 완성도 높은 자동차가 주목 받지 못 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이 차들의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우리 팀은 치열했던 이번 비교시승의 결과를 다소 심플하게 정리했다. 2열 착좌감도 중요하면 골프. 그게 아니면 어떤 차를 선택해도 후회 없을 듯하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