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귀요미로 소문난 '범블비'의 뜻밖의 비밀

이 장면을 보라. 해도 꿀벌이 수십억 마리 사라져 농가들이 골치를 썩고 있다는 보도인데, 잠깐. 벌답지 않게 토실토실한 덩치가 화면 속에 보인다. 주인공은 귀여운 외모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던 호박벌이다. 요즘 꿀벌 집단 폐사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와중에, 이 호박벌이 꿀벌을 대신해 과일 수분매개를 할 수 있다는데 유튜브 댓글로 “꿀벌이 사라지면 정말 과일이 안 열리는지, 대신할 수 있는 곤충은 없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호박벌은 생물분류상으로 뒤영벌속 곤충이기 때문에 학명만 다를뿐 일반적으로 뒤영벌이나 뒝벌, 호박벌을 섞어서 부르는데 과일 농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이다. 농촌진흥청 통계를 보면 하우스농가 중 수박과 참외농가는 100% 꿀벌을 쓴다. 그외에도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 꿀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꿀벌 다음으로 중요한 게 호박벌이다.

꿀을 모으기 위해 꽃을 오가는 꿀벌과 달리 호박벌이 돌아다니는 건 꽃가루를 먹기 위해서다. 꽃에 꿀이 없어도 열심히 돌아다니는 특성 때문에 태생적으로 꽃에 꿀이 적은 토마토 농사에는 무조건 호박벌을 써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 현재 호박벌은 대부분 작물에서 꿀벌을 대체할 메뉴얼이 개발되어 있다. 단 한 가지, 수박은 호박벌이 아직 꿀벌 대신 수분을 하는 방법이 없다.

전북 고창 선운산농협 수박작목반 김연호 회장
“우엉벌(뒤영벌)이나 이런 건 촉으로 수정을 시키면서 잠깐 있다 날아가버려요. 근데 수박 같은 경우는 화방(꽃)이 거의 여섯 일곱 개가 나오는데 그걸 겉에 싹 붙여줘야만 고르게 수정이 돼요. 그런데 꿀벌 아니면 그게 안 되더라고요.”

호박벌의 장점은 인공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
“뒤영벌은 연중 인공 사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업체에서 생산을 해요. 그러니까 가격이 안정이 돼 있을 수 있고 미리만 얘기를 하면 계획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태어났는지에 따라 6개월 이상 살기도 하는 꿀벌은 대개 양봉장에서 빌려서 쓰고, 짧게 사는 호박벌은 농가가 사육업자에게 구입해서 쓴다. 호박벌은 대개 분양한 뒤 30~45일이 지나면 폐사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집단폐사하면 양봉업자에게 손해가 나는 꿀벌에 비해 오히려 폐사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꿀벌은 양봉업자들이 계속해서 데리고 있으면서 키우며 빌려주는 형태고, 호박벌은 한번 구매해서 죽을 때까지 써먹는 시스템이라는 거다.

꿀벌과 비교해서 몸집이 더 큰데 날개가 작아서, 요란하게 날개짓을 한다. 그래서 사실 날지 못할 운명인데 믿음으로 나는 거(?)라는 밈이 퍼졌다. 집이 생긴 것도 꿀벌과는 많이 다른데, 두더지가 파놓은 땅굴 속에 집을 짓기도 하고, 땅 위나 나무에 집을 짓기도 한다. 영어 이름은 ‘범블비’인데 <트랜스포머> 시리즈 속 귀여운 로봇의 이름과 같다.

일선 농가 여러곳에 물어봤더니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해 꿀벌 임대가격은 2배 가까이 올라 벌집 하나당 8~10만원 이상이 되어있다. 반면 호박벌은 구매가격이 6~7만원대다. 가격 경쟁력은 충분한 셈.

다만 단점이라면 재배작물이나 면적, 용법에 따라 쓰는 방법이 꿀벌에 비하면 까다로운 편이라 일선 농민들의 거부감이 아직 있는 편이라고 한다. 함부로 새 방법을 썼다가 자칫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는 농민들 입장에선 벌을 바꾸는 데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꿀벌의 집단 폐사는 현재로선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꿀벌 가격이 오르는 요인은 또 있는데, 갈수록 꿀 수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이러면 양봉업자들은 꿀벌을 빌려주는 데 갈수록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
“지금 시기적으로 꿀을 딸 때잖아요. 네 꿀을 딸 때니까 (양봉업자들이) 잘 안 팔려고 하시죠. 좀 더 키워서 꿀을 따시면 또 소득이 되니까."

꿀벌이 귀해져서 생산비가 오르는 상황이 수년째 계속되면 결국 과일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박벌이 농업현장에서 꿀벌을 대체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도 과일값이 오를까봐 조바심을 낼 필요가 적어질 것이다. 외모만 귀여운줄 알았더니 위기의 순간에도 열일하는 호박벌이라니, 고마워 범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