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방에서 나가기를 눌렀더니.." 그날 밤 전화 한 통에 다시 들어간 이유

올해 66세인 나는 고등학교 동창 단체방을 8년째 함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옛 친구들과 다시 만난 것이 반가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체방을 열어보는 일이 점점 불편해졌다.

누구는 자식이 의사가 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해외여행 사진을 올렸고, 가끔 모임에 나가지 않으면 무슨 일 있느냐는 연락까지 왔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의 소식을 보는 것이 즐겁기보다 내 처지와 비교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결국 단체방을 나왔다

퇴직한 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고 아내까지 몸이 좋지 않아 몇 달째 병원을 오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골프 사진과 부부 여행 사진을 올릴 때면 괜히 마음이 작아졌다.

그렇다고 내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도 한 친구가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하냐. 얼굴 좀 보여라"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한참 휴대전화를 바라보다 결국 아무 말 없이 '채팅방 나가기'를 눌렀다.

저녁 10시가 넘어 전화가 걸려왔다

단체방에서 나오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그날 밤 10시쯤 오래된 친구 한 명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분명 왜 나갔느냐고 물을 것 같아 받지 않을까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친구는 단체방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너 요즘 괜찮냐?"라고 물었다. 괜찮다고 대답했더니 잠시 조용히 있던 친구가 말했다. "네가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런데 혼자 힘든 척도 안 하고 버티지는 마라."

친구는 내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얼마 전 병원에서 우연히 내 아내를 본 다른 동창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친구는 내가 자존심 상할까 봐 단체방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체방이 싫으면 나와 있어도 돼. 그런데 우리까지 끊지는 마라. 네가 잘살 때만 친구였던 건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친구가 다시 보내준 초대장을 한참 바라보다 나는 조용히 단체방에 다시 들어갔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귀찮아져서 사람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실제로 멀어져야 편안해지는 관계도 분명 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서 숨어버리고 싶은 순간에도 아무것도 캐묻지 않고 조용히 안부를 묻는 사람까지 놓칠 필요는 없다.

젊을 때는 함께 놀아주는 사람이 친구인 줄 알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좋은 친구는 내가 잘나갈 때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무 말 없이 사라졌을 때 이유보다 먼저 괜찮은지를 물어봐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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