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오늘날 코람샤르는 호르무즈 해협…대규모 희생도 감수”

서지연 2026. 5. 26. 10: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 상징 꺼내며 대미 강경 메시지
“저항과 자기희생은 이 땅의 문화” SNS 통해 강조
안보수장도 “전장·외교 모두 후퇴 없다”…국민 단결 촉구
트럼프는 “합의 아니면 철수” 압박…MOU 협상은 계속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종전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의 상징적 전투를 언급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장기 항전 의지를 시사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및 양해각서(MOU)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도, 이란 지도부는 대외적으로는 강경 메시지와 국민적 단결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날 코람샤르는 이란과 페르시아만,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항과 자기희생, 침략 격퇴는 이 땅의 문화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람샤르는 이란·이라크 전쟁 중인 1982년 이란군이 이라크군으로부터 탈환한 도시다. 당시 전투는 이란 내에서 민족 저항과 희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대표적 전시 서사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코람샤르가 대규모 희생 끝에 탈환한 도시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통제에 대해서도 이란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를 위해 상당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체제 차원의 결의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핵 협상이 이어지는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대부분 협상에 달려 있다”며 “위대하고 의미 있는 합의에 서명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양측은 최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농축 우라늄 처리, 제재 완화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분위기 속에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후퇴란 없을 것”이라며 “전장과 외교 무대에서, 그리고 거리를 메운 국민이 영웅적 저항을 통해 적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 통합과 단결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시오니스트들(이스라엘)을 실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의 종전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항전 의지를 내비치면서 체제 결속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단순한 역사 언급을 넘어 체제 차원의 결의를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조지워싱턴대 극단주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오마르 모하메드 박사는 “이것은 명백히 이란·이라크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며 시점 자체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람샤르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민간 희생과 장기 저항, 침략에 대한 항전을 상징한다”며 “이란 지도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프로그램 유지 문제를 체제 생존과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하며 강경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압박 속에서도 “굴복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놓는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