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화든 돌판이든 굽지마라...장수 지역 공통 고기 조리법은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4. 3.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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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혁명]
삼겹살 구이 모습.

전 세계 장수 지역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음식 조리 과정에 굽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우면 타게 되고, 타면 발암 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때도, 예전부터 장수 지역은 전통적으로 고기를 구워 먹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는 돼지고기를 선호하지만 삶은 다음 양념하여 다시 찐 라후테(ラフテー)를 선호한다. 이는 동파육과 비슷하다. 지중해 식단에도 굽는 육류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 백세인도 삶은 돼지고기를 가장 선호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갈비, 삼겹살, 쇠고기를 엄청나게 구워 먹기 시작하였다. 암 발생 증가가 우려되어 발암 물질 생성 정도를 굽는 방법에 따라 조사해 보았더니, 직화, 돌판, 철판, 불고기판 순서로 발암 물질 생성이 많았다. 찌거나 삶으면 거의 발생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후 각종 매체를 통하여 고기를 태워 먹지 말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 구워 먹는 고기 소모량 증가는 대장암, 유방암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보고 있다.

음식 역사에서 중요한 발견은 불이지만 결정적 발명은 솥이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한 계기는 불에 구워 먹는 문화를 개발하였기 때문이지만, 정점으로 도약한 것은 끓이거나 쪄서 먹는 탕(湯) 문화를 발명하였기 때문이다. 끓이거나 삶으면 소화가 쉽고 에너지 활용도가 높아 활동력과 인지 능력을 높인다. 수명을 늘려줄 뿐 아니라, 함께 나누어 먹기 좋아서 공동체 발전에도 기여한다. 우리의 전통적 탕 문화가 장수 식단이 되는 이유이며, 건강 장수를 위하여 굽기보다 끓이거나 쪄서 먹는 습관을 권장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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