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엄청 잘 됐다” 김하성 FA 협상 전선 이상 없다, 내년 4월이면 복귀 가능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불행 중 다행이다. 생애 최대 대박 기회를 코앞에 두고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김하성(29·샌디에이고)의 상태가 예상보다 좋다. 예상 재활 기간도 최악에서는 벗어났다. 적어도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하성의 상태가 오프시즌 최대의 화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현지 언론들은 김하성이 어깨 수술을 마쳤다고 12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김하성은 류현진과 이정후의 어깨 수술을 집도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어깨 부상 탓에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 일정을 날린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지나간 일이다. 이제 앞을 보고 가야 한다.
다행인 것은 수술이 잘 됐다는 것이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수술이 엄청 잘 됐다”고 전했다. 어깨는 일단 수술을 하면 야수라고 해도 재활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김하성의 복귀 시점은 내년 후반기가 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다가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에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다.
현지 언론 보도, 그리고 김하성 측에서도 내년 시즌 초반 복귀를 낙관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의 케빈 에이시에 따르면 김하성은 내년 4월 중순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활과 재활 경기 출전까지 모두 합쳐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잡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그간 나왔던 시나리오 중에서도 최상에 가깝다. 김하성의 어깨 문제가 애당초 아주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요소라 FA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막판 타격 컨디션을 올려가며 샌디에이고를 이끌던 김하성은 지난 8월 19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졌고, 결과적으로 이 경기는 샌디에이고에서의 계약 기간 4년 마지막 경기가 됐다. 상대 견제에 1루로 귀루하다 오른 어깨를 다쳤다. 정석대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귀루했는데 하필이면 이 동작에서 오른 어깨에 충격이 생겼다.
평소 웬만한 부상과 통증은 참고 뛰는 김하성이고, 실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마이크 실트 감독과 트레이너가 오기도 전에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직감했다. 작지 않은 부상임을 이날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스스로 먼저 경기를 포기했을 정도였다.
당초 검진 결과는 염증 정도였다.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서도 낙관적인 시선이 많았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열흘 안에 준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상태가 쉬이 호전되지 않았다. 타격 훈련은 정상적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수비를 할 때 송구가 문제였다. 통증이 계속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송구가 어려웠다. 송구 거리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이 시점부터 구단 안팎에서는 김하성이 정규시즌 내 복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김하성은 시즌 막판 수술을 선언했다. 재활로는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김하성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샌디에이고 선수단과 동행하다 수술 일정이 잡혔고, 잠시 선수단과 떨어져 수술을 받았다. 김하성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샌디에이고는 12일 LA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0-2로 지며 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4년 계약은 모두 끝났다. 김하성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리고 그 4년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풀타임 유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평균 정도의 공격력과 리그 최고의 수비력 및 내야 활용성을 뽐냈다. WAR만 따지면 김하성은 2800만 달러의 배 이상을 팀에 가져다줬다. 2023년에는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했다.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2025년 800만 달러 상당의 옵션을 가지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당연히 이를 실행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호 옵션이다. 김하성 측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다. 당장 시장에 나가면 연간 2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가지고 있다. 최근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를 고용한 것도 샌디에이고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샌디에이고가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 자격)를 제안할지는 일단 지켜봐야 한다. 퀄리파잉오퍼 금액은 메이저리그 상위 125인의 연봉 평균으로 계산되고, 올해는 2105만 달러 수준이다. 선수 측이 이를 수락할 수도 있는 만큼 2105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확실한 선수에게만 오퍼를 제안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에게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해 김하성이 이를 거부할 경우, 샌디에이고는 추후 김하성이 이적하는 팀으로부터 드래프트 보상픽을 받을 수 있다.
시장에 나가면 보라스가 협상을 주도할 전망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전시다.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많은 슈퍼스타 선수들에게 고용된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하면서 시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협상 전략을 짠다. 한편으로 선수가 불리한 여건에서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 최대한 선수에게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은 많이 쓰는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제도를 실전에서 써먹고 유행시킨 것도 보라스다. 지난해 FA 시장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옵트아웃 제도를 통해 여러 여지를 만들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한편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12일 김하성의 수술 소식을 알리면서 ‘김하성의 상태는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번 수술은 올겨울 800만 달러의 상호 옵션 계약을 거부하고 자유계약선수가 될 예정인 김하성에게는 잔인한 시기에 이뤄졌다. 뛰어난 수비수인 김하성은 건강하다면 연간 1500만 달러 이상에 4~5년 계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만약 어깨 수술 재활 기간이 길어졌다면 김하성도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당연히 시즌 초·중반 활용할 수 없는 선수에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고, 단년 계약으로 2025년 시즌 뒤를 다시 노려보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을 하고 1년 뒤 옵트아웃 조건을 넣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였다. 그러나 김하성이 4월 내로 복귀할 수 있어 보이기에 모든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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