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기립박수 몇 분?”… 숫자 경쟁 뒤에 숨은 영화제의 연출 [2026 칸 라이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공식 상영이 끝나면 어김없이 기립박수가 이어진다. 특정 작품에 대한 특별한 찬사라기보다, 사실상 모든 상영작에 적용되는 관례다. 그럼에도 이 ‘기립박수’는 비공식 경쟁 지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바로 “누가 가장 긴 기립박수를 받았는가”를 둘러싼 기록 경쟁이다.
할리우드 업계 매체들은 매년 칸 현장에서 상영 직후 이어지는 관객의 기립박수 시간을 측정해 보도한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15일(현지시간) 공개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다’는 11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호평을 받았다고 전해진 반면, 다음날 공개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상자 속의 양’은 약 3분에 그쳤다는 식의 비교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숫자 차이는 작품성의 우열이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 서열’로 연결해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 끝낼 것인가’ 또한 현장 연출의 일부다.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말하기 시작하면 박수는 잦아들고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정리되지만, 침묵 속에서 감정을 충분히 정리하는 경우 박수는 더 길어지기도 한다.
집계 방식 역시 제각각이다. 어떤 매체는 엔딩 크레딧 도중 시작된 박수까지 포함하는 반면, 어떤 곳은 감독 연설 시간을 제외하기도 한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나홍진 감독 ‘호프’ 경우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6분으로, 또 다른 연애매체 데드라인은 7분으로 각각 집계해 보도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에 대해서는 최소 7분에서 최대 11분까지, 매체별로 4분 차이가 나는 보도도 나왔다.
결국 칸 영화제의 기립박수는 단순히 관객 호응의 반영이라기보다 영화제 특유의 의전과 연출, 스타 시스템이 결합된 퍼포먼스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숫자는 빠르게 소비되며 작품의 ‘서열’처럼 읽히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긴 박수가 곧 작품의 완성도나 수상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칸에서 11~12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보도돼 ‘상위권’에 속했던 줄리아 뒤쿠르노의 ‘알파’는 무관에 그쳤다. 박수 길이와 수상 가능성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칸=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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