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라이더컵이 전부가 아니다, 골프 국가 대항전의 세계

이번 라이더컵은 유럽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2010년 이후 열린 8번의 대회에서 6번을 유럽팀이 가져갔으니, 사실상 미국 골프의 자존심이 제대로 꺾인 셈입니다. 게다가 홈에서 열린 대회, 그것도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상황에서도 패배했으니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팀에게는 그만큼 더 값진 승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이저 대회 이상의 국가 대항전, 라이더컵과 솔하임컵

골프는 일반적으로 '개인'이 경쟁하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페어(Pair)'를 이루거나 '팀(Team)'을 이루어 경쟁하는 경우를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지금 소개해 드리는 라이더컵과 솔하임컵은 그 흥행과 규모 면에서 메이저 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팀을 이루어 '국가 간' 경쟁을 펼친다는 점 때문입니다.

두 대회 모두 미국과 '유럽연합'의 '프로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입니다. (프로 선수라고 명시하는 이유는 아마추어끼리 경쟁하는 별도의 대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역사와 흥행을 고려하면 가장 큰 국제 대회는 라이더컵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대회는 1927년에 처음 시작된 대회로, 초기에는 미국과 영국 간의 국가 대항전이었다가 이후 아일랜드가 포함되는 변화를 거쳐 1979년부터 유럽 전체가 참여하는 대회로 확장되었습니다.

솔하임컵은 여자 골프의 라이더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년에 한 번씩 홀수 연도에 열리는 대회로, 1990년 이후에는 짝수 해에 진행되다가 라이더컵과 마찬가지로 2003년 이후 홀수 연도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두 대회의 명칭인 '라이더'와 '솔하임'은 모두 사람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라이더컵은 이 대회에 최초로 트로피를 기증한 영국 사업가 새뮤얼 라이더(Samuel Ryder)의 이름을 따왔고, 솔하임컵은 '핑 골프'의 창업자 '카르스텐 솔하임'의 이름에서 대회명이 정해졌습니다.

올해 라이더컵에서 유럽 대표로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국가대항전의 확장 - 프레지던츠컵과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프레지던츠컵은 미국과 비(非) 유럽 연합팀 간의 남자 프로 골프 대항전으로, 라이더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세계 각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1994년 창설되었습니다.

팀 구성은 미국 대 인터내셔널로 이뤄지는데, 인터내셔널 팀에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선수들이 한데 모입니다.

이 대회는 2년마다 열리며, 원래 짝수 해에 개최되다가 9·11 테러 여파로 일정이 조정되면서 한동안 홀수 해에 열렸습니다. 최근 다시 조정을 거쳐 2022년부터 짝수 해 개최로 돌아왔죠.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여자 프로골프 국가별 대항전으로, 미국-유럽 양자 대결 구도를 벗어나 여러 나라가 한 자리에서 경쟁하는 독특한 팀 이벤트입니다. 2014년 LPGA 투어가 창설한 이 대회는 첫 회에 8개국이 출전했습니다.

참가국은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의 랭킹 합산으로 상위 8개국을 선정하며, 각 나라별로 4명의 선수가 한 팀을 구성합니다.

2년마다 개최를 원칙으로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취소되는 등 일정 변동이 있었고, 2023년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이라는 새 이름으로 부활했습니다.

다른 국가 대항전과 비교했을 때 이 대회가 지닌 가장 큰 차별점은 출전국이 매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곧 골프 강국들의 지형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매 대회 어떤 국가가 출전하는지 살펴보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됩니다.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국가 대항전

앞서 소개한 대회들이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인 반면, 아마추어 골퍼들이 경쟁하는 국가 대항전도 있습니다.

사실 전통과 명예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아마추어 대회가 좀 더 '골프의 정신'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금의 존재 여부를 떠나 골프의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대회들이 있습니다. 바로 워커컵과 커티스컵입니다.

워커컵은 남성 아마추어 골퍼들이 출전하는 행사입니다. 비록 많은 골퍼들이 접해보지 못한 대회이긴 하지만, 이 대회의 역사는 19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무래도 참가 선수의 국적이 2~3개국으로 한정되다 보니 국제적인 관심을 갖기는 어렵겠지만, 해당국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국가'를 대표해서 나간다는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 대회는 앞의 두 대회와는 달리 포섬(두 선수가 하나의 골프볼을 번갈아 치는 형태)과 싱글 매치 경기로만 결과를 겨루게 됩니다.

커티스컵은 남자 골프의 워커컵과 같은 대회라고 보면 됩니다. 바로 여성 아마추어 골퍼들이 참가하는 대회입니다. 앞서 두 개의 대회가 프로 선수에게 열려 있는 대회이며 그 역사가 길지 않은 데 비해서, 커티스컵은 1932년에 처음 열린 역사가 아주 오랜 대회입니다.

커티스(Curtis) 컵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1900년대 초반 US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던 커티스 자매(Harriot Curtis, Margaret Curtis)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입니다.

1923년 워커 컵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이 대회들은 매치 플레이가 기본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몇 타'를 쳤는지를 가지고 승부를 결정짓는 스트로크 플레이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국가 대항전들은 모두 '매치 플레이'에 기반하여 경쟁합니다.

사실 매치 플레이는 골프의 가장 전통적인 경기 방식입니다. PGA 챔피언십도 1958년까지는 매치 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렸을 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대회들이 매치 플레이로 진행되는 것은 골프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기를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포섬과 포볼에서는 두 선수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호흡을 맞춰야 하고, 캡틴은 선수들의 성향과 코스 특성을 읽어가며 페어링과 출전 순서를 결정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홀 단위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한 홀의 실수를 다음 홀에서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그만큼 과감한 선택과 심리전이 더욱 살아나게 됩니다.

특히 응원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요. 18홀이 마치 18세트가 된 것처럼, 매 세트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국가 대항전들이야말로 골프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을 선사하는 대회들입니다.

10월 23일부터 한국에서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열리는데요. 이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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