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씀씀이 억제해야 하는 이유

선경철 2024. 9. 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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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을 보면 총지출이 677조 원으로 3.2%의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총지출 증가율이 2.8%였으므로 총지출이 2년 연속 3%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GDP 경상성장률이 2025년 4.5%이므로 정부가 나랏돈의 씀씀이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한 가계의 가구소득이 50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5% 증가할 때 소비가 3000만 원에서 3100만 원으로 3.3% 증가하면 그 가계가 살림을 아껴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총지출을 억제하면 그만큼 경제·사회 곳곳에 투입되는 돈의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혜 계층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총지출을 이처럼 억제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최근의 정부 수입(稅收) 흐름을 보면, 국세 세수가 3년 전만 해도 추세(trend)를 크게 벗어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작년과 올해는 예상을 크게 벗어날 정도로 세수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국세의 호황과 침체는 지난 15년 동안 일정한 주기를 거쳐 반복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되어 재정 운용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지난 10여년 동안의 국세 수입 동향을 살펴보면, 2012~2015년 기간 동안 국세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2018년 기간 동안 국세가 매년 25조 원씩 대폭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영향으로 2018~2020년 기간 동안 국세가 8조 원 감소하였다. 2020~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세가 300조 원 수준에서 정체되는가 싶었는데, 국세가 무려 110조 원 증가하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반도체 산업의 세수가 대폭 증가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돈 풀기(양적 완화)로 저금리에 의한 부동산 호황이 이 시기 세수 호황의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급속한 세수 증가 추세로 2023년의 경우 400조 원 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결과는 세수의 장기 추세에 회귀하는 대폭 조정(예산 대비 54조 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에도 이러한 세수 침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세수 침체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출 증가율을 예전처럼 유지했다가는 적자가 100조, 120조 원을 넘어서게 되고,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부채는 국가의 신인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최대한 총지출을 억제하는 재정 기초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향후 5년 동안의 국가채무 계획도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2025년 국내총생산(GDP)의 48.3%에서 2028년 GDP의 50.5%로 낮게 증가한다. 이는 기존에 발표된 2023~2027년 기간 동안의 국가채무보다 약 2%p 더 낮은 수준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 주요국의 국가부채가 2024년 기준 각각 GDP의 123%, 104%, 112%, 139%, 255%에 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가부채 평균이 GDP의 111%이다. 한국의 국가부채(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부채)가 GDP의 57%이므로 단순 국제 비교를 할 경우 한국의 국가부채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가부채 수치만을 보면서 한국은 총지출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처럼 일반재정의 국가부채 규모를 높게 가져갈 수 없는 이유는 사회보험 분야(국민연금,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등)에서의 미래 재정적자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OECD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경에는 국민들의 재정(조세 +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을 매년 GDP의 10%p 수준으로 높여야 할 정도로 한국의 고령화 재정비용(fiscal cost of ageing)의 규모가 막대하다. 

OECD의 보고서가 충격적인 이유는 국가부채가 GDP의 250%를 넘어 재정의 유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일본과 한국의 국가부채 현재 가치가 거의 같다는 점이다. 한국은 20년 후쯤 현재의 일본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재정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심각한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궁극적으로 증세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흔하게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답이 되지 못한다. 

첫째, 한국의 국민 부담 인상은 우선적으로 사회보험료(국민연금 및 건강보험)를 통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참고로 일본의 국민연금 기여율이 한국의 9%보다 두 배 높은 18.3%이다. 

둘째, 한국은 60년 전 도입된 낡은 재정제도(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로 인하여 증세를 하더라도 확보된 재원이 증세 목적(국가채무 부담 완화 및 복지비용 확보)에 활용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초중등 학생수가 2010년에 700만 명일 때 교육재정교부금이 40조 원이었는데, 초중등 학생수가 500만 명인 2022년에 75조 원(내국세의 20.79%)이 지방교육재정 회계로 이체되었다. 2010년의 1인당 초중등 교육비 약 600만 원을 유지하였다면 정부는 20조 원이 넘는 여유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현재 한국은 세입의 침체 시기를 거치면서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심각한 재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정의 운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면서, 재정수입의 확충 기반을 넓히기 위해 여야가 서로 합의하여 낡은 재정제도를 혁신하고,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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