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 외국인 소비가 살아나며 백화점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온도차가 있다. 미국 관세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자회사 지누스의 실적 부진이 우려되면서 백화점 본업의 선전이 연결 단위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외국인 집객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외국인 최다 방문 상권인 명동과 부산에 랜드마크 거점이 없다는 점도 인바운드 특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백화점 부문은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점 성장률은 한 자릿수 중후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명품과 패션 등 주요 카테고리가 고르게 성장했다. 문제는 연결 단위다. 자회사 실적 부진이 본업 호조를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줄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 부문에서 경쟁사들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 대비된다.
관세 직격탄 맞은 지누스
연결 실적을 흔드는 건 자회사 지누스다. 지누스는 2022년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이후 실적이 둔화하는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리빙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이 목적이었지만 오히려 전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백화점 본업이 회복 궤도에 오른 시점에 지누스는 충격을 정면으로 맞았다. 올해 1분기 지누스 영업실적은 적자 전환하거나 큰 폭으로 줄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1분기 지누스 실적 부진의 주된 배경은 기저효과다. 지난해 1분기 반덤핑 관세 소송 승소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올해는 인식되지 않으면서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큰 폭으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관세 대응 가격 인상 과정에서의 단기 수요 위축도 상반기까지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점 점포 구성의 구조적 차이
명동·부산처럼 관광 동선의 중심에 놓인 점포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백화점 13개점은 압구정본점·무역센터·판교·목동 등 서울·수도권 내수 고소득 상권에 집중돼 있다. 사업보고서상 부산 지역 백화점 점포는 없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명동 인근 소공동 본점과 부산본점·광복점을, 신세계는 명동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방한 외국인의 주요 소비 동선인 명동과 부산에 각각 복수의 거점 점포를 갖춘 구조다.
더현대서울도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121%에 달한다. 다만 무역센터점이 자리한 강남권과 함께 명동·부산과는 관광객 집결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동은 광장시장·을지로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관광 동선으로 묶여 있어 유동인구가 점포 매출로 바로 이어지기 쉽고 부산도 크루즈·해변·시내 관광 흐름을 백화점이 바로 빨아들이기 좋은 구조"라고 짚었다. 더현대서울이 명동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명품 고객 비중이 낮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점포 구성 차이가 경쟁사 대비 기존점 성장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백화점은 부산 출점을 목표로 더현대부산 개점을 준비 중이지만,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사업보고서 기준 총 예정 투자액 9183억원 가운데 향후 투자액만 5398억원이 남아 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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