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인근서 러시아 폭격기 요격".. 북극서 냉전식 힘겨루기 재현

지난 9월 24일,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서 러시아군 항공기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미 공군의 F-16 전투기들은 Tu-95MS 폭격기와 이를 호위하던 Su-35 전투기를 식별하고 긴장감 속에서 약 두 시간가량 대치했다. 해당 편대는 사전 비행 계획이나 교신 없이 베링해 북서쪽에서 진입해 즉각적인 위협으로 분류되었으며, 아일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F-16이 현장에 급파됐다.

고조되는 미-러 간 북극 긴장감

요격이 일어난 지역은 국제 공역이었지만, 전략적으로 민감한 알래스카 ADIZ 상공이었다. Su-35 전투기 한 대가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등 상황은 한층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NORAD는 이를 일상 작전으로 간주했으나, Tu-95MS와 Su-35가 동시 배치된 시점에서 러시아가 실전 같은 장거리 비행 시나리오를 실습 중이라는 평가다. 이는 단순한 통과 비행이 아닌 강력한 군사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 전략 폭격기의 위협적 능력

Tu-95MS 폭격기는 소련 시대에 개발된 장거리 공중 전략무기로, Kh-55와 Kh-101 같은 핵탄두 장착 순항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 15,000km 이상을 자랑하며, 미국 본토 타격도 가능한 전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응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도의 경계 체제를 유지 중이다. Su-35는 고성능 레이더와 장거리 R-77 미사일을 장착한 4++세대 전투기로, Tu-95MS와 결합한 편대는 단순한 훈련을 넘어서 NORAD의 대응 체계를 시험하는 형국이다.

ADIZ 체계의 전략적 중요성

알래스카 ADIZ는 미국과 캐나다가 북극군사 활동을 사전 탐지하고 식별하는 완충지대다. 비록 주권 영공은 아니지만,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 항공기들에는 즉각 군사 대응이 이루어진다.

이번 사건처럼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NORAD의 정찰, 추적, 요격 능력이 모두 동시에 작동한다. 실제 작전은 훈련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긴장 속 실전 대응력 강화를 도모한다.

북극에서의 지정학 갈등 격화

러시아는 최근 군사 인프라를 추코트카, 캄차카 반도 등지에 확충하며 북극 및 태평양 방면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며 새롭게 열린 해상 항로는 북극을 초강대국 간 첨예한 충돌지대로 바꾸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Tu-95MS와 Su-35의 출현은 러시아가 북미 방공망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에 전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를 통해 워싱턴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충돌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의 이번 요격은 단순한 접촉이 아닌 북극을 둘러싼 미-러 간 힘겨루기를 반영한다. 지정학적 경쟁이 인도-태평양에서 북극으로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방공체계는 더욱 치밀하고 예민해져야 한다.

아일슨 공군기지의 전투기 대대는 북극 영공의 최전선에서 향후 벌어질지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향후 북극은 더욱 복잡한 전략 게임의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