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가 돌아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앤디’가 19년 만에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처럼 입사했지만,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서 버거운 미션에 고군분투하던 앤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앤 해서웨이가 그동안의 굳은 이미지를 탈피하며 수많은 팬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최근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크랭크인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한번 그의 변신에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앤 해서웨이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그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본다.

©alamy

운명작 <프린세스 다이어리>와의 조우
앤 해서웨이는 초창기 대표작, 아니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게 해준 2001년작 [프린세스 다이어리](감독 게리 마셜) 속 주인공 소녀 ‘미아 터마폴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10대 시절을 보냈다. 배우 출신 어머니 캐슬린 앤 해서웨이의 재능을 물려 받은 덕분일까. 그는 고교 시절부터 연기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학교 연극 공연에 참여하면서 이미 뮤지컬 [원스 어폰 어 매트리스]로 공연계의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 받았다. 이후로도 아마추어로서 다양한 무대에 나서며 미국 뉴저지를 대표하는 극단 배로 그룹에 10대로는 유일하게 입단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앤 해서웨이는 무대와 TV 시리즈를 오가며 활동했다. 그러던 중 10대 후반이던 2000년 초반, 게리 마셜 감독을 우연히 만난 것은 그가 마치 한순간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는 미아 터마 폴리스의 삶을 실제로 경험하는 듯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고, 앤 해서웨이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게리 마셜 감독 역시 오랜만에 수많은 관객과 소통하는 기회를 맞았다. 덕분에 영화는 속편을 넘어 3편까지 선보였다. 그만큼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앤 해서웨이의 삶을 새롭게 이끌어준 무대가 되었다.

실제로 그는 2016년 게리 마셜 감독이 82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 애도의 글과 함께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찍을 당시 게리 마셜 감독이 ‘내 영화 인생을 바꿔놓았다’라고 말했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는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앤 해서웨이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소녀와 화려한 공주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alamy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게리 마셜 감독은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앤 해서웨이를 만난 순간
주연으로 점찍었다.
그러고는 오디션 한 번 보지 않고
그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할머니를 연기한 줄리 앤드루스에게 왕관을 물려받고 있는 앤 해서웨이 ©alamy

앤 해서웨이는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평범하다 못해 따돌림까지 당하는 10대 소녀가 자신이 한 왕국의 공주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녀와 왕국의 공주라는 신분의 차이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 독립된 삶에 대한 갈구 등 공감의 캐릭터로서 미아 터마폴리스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아울러, 할머니인 여왕을 연기한 줄리 앤드루스와의 연기 호흡에서도 할리우드 베테랑 배우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앤 해서웨이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입는다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로 꼽히는 대선배 줄리 앤드루스와 엮어낸 앙상블은 또 다른 베테랑과의 호흡으로 이어졌다. 2006년 흥행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그 무대다.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대배우 메릴 스트립을 만난 앤 해서웨이는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써 시선을 끌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세계적 패션지 [보그]의 수장인 애나 윈터 편집장의 비서로 일했던 로런 와인스버거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2005년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앤 해서웨이는 극 중 패션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메릴 스트립)의 비서 ‘앤디 삭스’를 연기했다.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뒤 명문대를 졸업한 앤디는 [런웨이]에 어렵게 취업을 하고 말단 비서 일을 시작하지만, 편집장의 강한 카리스마와 괴팍함에 좀체 적응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역경을 딛고 자신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열정과 매력으로 마침내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앤 해서웨이는
편견이 지나치지 않고,
이입이 과도하지도 않다.
그는 다채로운 이미지로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오랫동안 관객의 지지를
얻어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컷 ©alamy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앤 해서웨이가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자칫 굳어질 뻔한 신예 이미지를 단박에 벗는 무대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대만 출신 리안(이안) 감독의 2005년 연출작 [브로크백 마운틴]에 출연해 20여 년 세월을 사는 동안 변화해 가는 여성의 모습을 스크린에 구현해 호평받았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속편을 촬영하던 도중 극 중 의상인 공주 복장을 한 채 [브로크백 마운틴]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가십성 후문도 있지만, 이 두 작품은 앤 해서웨이가 스크린의 ‘공주’라는 갇힌 시선을 넘어 다채로운 캐릭터를 넘나드는 배우로 발돋움하게 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후 [레이첼, 결혼하다]에서는 약물중독자 여성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매혹적인 캣 우먼을, [인터스텔라]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생물학자를 소화하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alamy

절정의 시대, [레미제라블]
2012년에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감독 톰 후퍼)로 절정의 시대를 맞는다.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휴 잭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앤 해서웨이는 장발장 앞에 나타나는 운명의 여인 ‘판틴’을 연기했다.

죽음 앞에서 딸 ‘코제트’(어맨다 사이프리드)를 장발장에게 부탁하며 절절한 표정을 짓는 판틴은 질병과 가난으로 처절한 삶을 살아간 여인. 앤 해서웨이는 그 치열하고도 아픈 삶을 사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하며 온몸으로 열연했다.

어머니 캐슬린 앤 해서웨이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을 연기했다.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배우의 꿈을 키웠을
앤 해서웨이에게
동명의 영화는 운명작이 되었다.
영화 [레미제라블]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앤 해세웨이 ©alamy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뿐 아니라 영국 아카데미상(BAFTA)과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등 배우로서 최고 영예로운 시절을 누렸다.

크고 깊어 보이는 눈망울 속에 가득 품은 감성으로 관객의 정서를 자극하는 배우 앤 해서웨이. 그는 특유의 시원한 미소와 당당함으로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이 유독 기대되는 이유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9월호
글 윤여수(맥스무비 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덴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